'50만년전 인류의 조상이 깨어나다. 주구점에서 완벽한 원인 두개골이 발견되었다'.
1929년 12월 중국 신문 '신보'는 중국 북경 주구점 유적지에서 발굴된 인류화석에 대한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뒤 세계 고인류학계는 인간이 신의 창조물인지 진화의 산물인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 상태였다. 북경인의 발굴은 이러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진화론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료로 지식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주구점의 북경인 1, 2(원제 북경인을 찾아서)'는 인류 기원을 밝히는 새로운 이정표가 된 북경인 발굴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고고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르포 작가 웨난과 리밍셩이 1990년 겨울 주구점 발굴을 주도했던 중국의 고인류학자 가파란을 처음 방문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중국,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스라엘 등을 돌며 주구점 발굴과 관련된 100여명의 과학자, 학자, 교수, 기자, 퇴역군인들을 방문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한 뒤 2년여에 걸쳐 집필한 책이다. 필자들은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미래를 더욱 잘 예측하고 파악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지금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진화론 정보를 감추고 있었던 북경인을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고있다.
19세기 생물학과 인류학을 바탕으로 생물진화론에 입각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종의 기원'이 출간됐다. 당시 네안데르탈인이 발굴된 상태이긴 했지만 인간이 진화의산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량이 현대인과 큰 차이가 없지만 두개골에 유인원의 특징이 남아 있어 인류가 이처럼 형편없는 조상을 가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인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그러다 발굴된 북경인이 네안데르탈인보다 생존 연대가 훨씬 오래된 직립인으로 판명돼 인류진화 추세가 밝혀지면서 인류 기원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게 되었다. 1, 2권을 통해 재력과 능력 부족으로 미국의 도움을 받아 북경인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과정, 일본의 침략으로 미국에게 북경인 보관을 의뢰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사정과 북경인을잃어버린 사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특히 발굴현장 사진, 인류 역사의 궤적을 알려주는 화보 등이 함께 실려 있어 고인류학자가 읽기에도 내용에 부족함이 없으며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인류의 기원에 접근할 수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10년 넘게 세계 곳곳을 다니며 수집한 풍부한 자료와 실사구시의 정신, 인류문화에 대한 사랑과 잃어버린 문명을 찾기 위한 실천적인 지식인들의 모습이투영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빛 펴냄, 1권 416쪽, 2권 392쪽, 각권 1만2천800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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