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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 94차 문제 최우수작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와 불신 문제는 이제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된다. 정치가들과 기업가들 간에 얽힌 금융비리 사건, 여기에 끼어든 권력 기관 공무원의 스캔들, 병역 비리, 일선 학교 교사의 촌지 수수 행위까지,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부정 부패가 만연해 있고, 이 때문에 국민 사이에서는 불신의 벽이 높아 가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일부 사람들은 제시문의 견해처럼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어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이처럼 인간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의 바탕에는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또는 최소한 인간은 '이타적인 존재는 아니다'라는 논리적 근거가 깔려 있다. 왜냐하면 인간이 이타적이고, 그래서 인간이 사익보다는 공익을 더 추구하는 존재라고 한다면 인간을 믿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은 이런 관점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준다. 또 이 주장은 이런 관점에 입각하여 사회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즉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어 인간의 이기성과 그에 따르는 부정 부패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먼저 이 주장은 인간을 일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인간은 분명 이기적인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없다. 그러나다른 한편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즉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사회와 국가, 민족의 이익을 도모한다. 우리는 이런 예를 역사를 통해 얼마든지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기적인 인간을 믿지 못하는 반면에 이타적인 인간을 믿을 수 있다. 이 관점에 설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인간의 이기적 측면에 근거하여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의 이타심을 함양시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육과 선도, 계몽 등의 다른 방법을 써서 인간의 이타심을 함양시켜야 한다. 즉 '불신에 기초한 제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주장은 설사 실현된다 하더라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철저하게 인간에 대한 불신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제도가 집행되면 사람들 사이에 더욱 커다란 불신, 인간을 정말로 믿을 수 없다는확신을 조장할 수 있다. 또 이런 제도를 실행하다 보면 이기적 행위의 단속을 위한 감시와 처벌 등으로 인한 사회적 긴장감은 증폭된다. 결국 우리가 실현해야 할 공동체 정신과공익 정신은 함양할 수 없고,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또 다른 불신만을 '제도화' 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불신과 부정 부패는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일면만을 강조하여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의 이타심을 함양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동체 정신과 공익 정신을 전 사회에 가득 차게 할 수 있다. 이종은

오성고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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