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겹살집 맛.분위기 확 바뀌었네

삽겹살 집은 왠지 정겹다. 서민들의 애환이 풋풋이 묻어나기 때문일까. 구수한 고기굽는 냄새에 시끌벅적한 분위기, 거기에 짜릿한 맛의 소주 한 잔….

그러나 이런 삽겹살 집 풍경도 추억거리가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삽겹살 집이 젊은층과 여성들을 겨냥해 '업그레이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삼겹살 식당 대신 고추장, 구들장, 솥뚜껑 삼겹살 식당에 이어 최근에는 카페풍의 와인삽겹살 식당 등이 생겨나고 있다. 당연히 고기를 굽거나 숙성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서구식 레스토랑처럼 샐러드바가 있는가 하면 겉옷과 가방 등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개인사물함까지 준비해 신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대구시 중구 공평동 동인호텔 뒷문 근처의 신세대풍 삼겹살집 '뉴젠'(425-4747). 광장처럼 탁 트인 실내에 깔끔한 디자인의 식탁. 천장은 검게 칠해져 있고 할로겐 조명의 스포트라이트가 인상적이다. 고기굽는 연기나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 식당이 '젊음의 거리' 동성로에 있어서인지 손님들의 대부분이 20, 30대이며 절반 이상이 여성들이다.

이 식당의 주력 메뉴는 와인삼겹살과 된장삼겹살. 와인삼겹살은 생삼겹살을 씁쓸한 맛이나는 와인에 하룻동안 숙성시켜 대나무통에 보관해뒀다 내놓는 것. 삼겹살 특유의 냄새는 없어지는 대신 와인향이 나고 육질이 부드럽다. 한 달전부터 선보인 된장삼겹살은 생강 등을 넣은 된장에 이틀 정도 숙성시킨 것으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

소스도 다양하다. 기름소금, 소금, 된장이 아니라 데리야끼소스, 핫소스, 통후추를 섞은 구운소금, 콩고물 등 취향에 따라 소스를 선택할 수 있다.

머루 진액과 소주를 섞어 만든 죽통주는 붉은 빛깔과 부드러운 맛으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식당 주인 이길도(37)씨는 "2, 3년 전 서울을 시작으로 와인삼겹살이나 카페풍의 삼겹살 식당이 늘어나면서 삼겹살이 신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문을 연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의 와인삼겹살 식당 '젠젠'(765-9289)은 요즘 한창 유행하는 '젠(zen.禪)'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고상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든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주차장에는 촘촘히 심어둔 대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술 마시고 고기 구워먹는 공간의 전통적인 삼겹살 식당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분위기를 음미하기에 좋은 곳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대신 이곳에선 캘리포니아산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게 더 어울릴듯 하다.

수성구 두산동의 '석쇠 한판'(767-2202)에선 '불판'의 기능을 개선한 점이 이색적. 삼겹살을 꼬치에 꿰어 회전 바비큐식으로 굽는다. 연기가 나지 않고 기름기는 불판 밑으로 빠지도록 설계돼 있어 고기맛이 담백하다. 굽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주방에서 먼저 '초벌구이'를 해서 손님에게 낸다. 다른 맛을 원한다면 고추장양념 삼겹살도 있다. 이 식당은 레스토랑풍으로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주변에 나이트클럽, 주점 등이 밀집해 있는 탓에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한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