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오 분 대기조 전투병처럼옷을 입힌 채 잠을 재웠다

종일 반 어린이집에서

하나 둘 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나가고

영아 반에 잠든 동생의 손을 만지며

눈물을 흘리다 함께 잠들어

돌아온 아이를

얼굴만 대충 닦기고 그대로 뉘였다

낼 아침 근무

씻기고 옷 입히고 밥 먹일 시간 없어

그냥 그대로 재웠다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군인들처럼

엄마의 근무시간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달리 한다

-조선남 '삼교대'

가난한 노동자의 일상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이 노동자 부부는 둘 다 직업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육아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일 아침은 엄마의 삼교대 근무이다.콩을 볶는 듯한 그 바쁜 아침 일과가 눈에 선하다. 아이들은 엄마의 일정에 따라 옷도 벗지 못한 채 잠을 자야만 한다. 인권이란 말이 어색한 이 아이들의 계급적 숙명 앞에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과연 시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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