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古物미사일로 하늘을 지켜?

우리공군의 핵심적 대공(對空)방어무기인 '나이키'미사일 90%가 유사시 무용지물이라니 '튼튼국방'을 믿어온 국민들은 그저 놀랄 따름이다. 한겨울 이불 뒤집어쓰고 자다 갑자기 이불을 빼앗긴 심정 그것이다. 당국자들은 벌써 오래전에 알고 있었을 이 사실이 새삼 충격적인 까닭은 정권교체기라는 정치적 고려와 각종 군수비리 의혹에 휩싸일까 떨떠름한 군수뇌부의 결단부족, 시급한 군비증강의 약점을 이용하는 미국방산업체들의 잇속 등이 한데 어울려 우리 군의 전력증강사업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공방어전략은 적기출현시 사정거리 180㎞인 나이키미사일과 공군전투기가 먼저 요격하고, 그래도 뚫고들어온 적기는 중거리(40㎞) 호크미사일과 단거리미사일·대공포 등으로 이중·삼중 차단하는 요격계획으로 짜여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98년과 지난해 국방부의 '나이키'미사일 발사신뢰도 검사결과 최종2단계에서 대(對)적기 탄두발사에 성공한 것이 고작 8~30%였다. 10발중 7발이 불발탄(?)이면 우리 대공망은 '찢어진 그물'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미국의 아프간전쟁에서 보았듯이 개전초기 승패의 분수령은 제공권(制空權)에 있다. 빼앗기면 지상의 모든 것이 초토화되는 게 21세기 첨단전쟁이다. 더구나 언제 돌발사태가 터질지 모를 남북 상황을 고려하면 배치한지 30년이 넘는 이 골동품 미사일의 사실공개가 향후 대응전략 마련에 약이 되기를 바란다.

현재 우리 군이 계획한 전력증강사업은 차세대전투기(F-X), 공격형헬기(AH-X), 그리고 문제의 대공미사일(SAM-X)사업 등 총 10조원 대의 대형사업이지만 지적한 바대로 잇따라 연기를 거듭, 군전력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차제에 우리 국방당국은 국민의 우려와 기대를 의식, 당장에 구멍난 대공망을 어떻게 메울것인가하는 숙제풀이는 물론 현대전의 변화에 맞춘 장기적인 군비계획을 투명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고물미사일이라니 '승리의 여신' 나이키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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