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아르헨은 '失敗學' 교과서

작금의 아르헨티나 사태는 부패와 무능, 집단 이기주의를 다스리지 못한 정치력 부재(不在)가 낳은 예견된 결과물이다. 배고픔과 지도층에 배신당한데 분노한 국민들은 파업과 약탈을 자행하고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다 현직 대통령 축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지구촌 대척점에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1천320억달러의 부채, 국민의 40%를 넘는 빈곤층, 극심한 불황 속 18%를 상회하는 실업률, 연간 2천%를 웃도는 물가 상승률이 오늘날 아르헨의 현주소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임금·연금을 삭감하고 예금인출을 억제하는가 하면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니 민중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국가가 정체성을 잃고 있으니 파국은 정해진 수순이다.

아르헨의 위기는 페로니즘과 정책의 실패로 요약된다. 70년대 이후 페론 대통령이 취한 인기 영합주의(포퓰리즘)는 사회적 이기주의를 양산했고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부실 제거와 체질 강화는커녕 정부 지원쪽으로 몰고가는 바람에 나라 살림은 방만해졌고 국가부채는 20년 넘게 국민을 괴롭혀왔다. 여기에다 환율 정책의 실패는 위기를 증폭시켰다. 자국의 페소화와 달러화의 환율을 1대1로 묶는 고정환율제는 자유 시장기능을 완전 무시한 처사였다. 이같이 누적된 실패는 결국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졌고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지원을 거부, 언제 국가 파산으로 귀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재정경제부는 "우리나라와 수출입 규모는 연간 4억달러, 투자는 1억1천만달러, 국내 금융기관 대출규모는 9천만달러에 불과해 아르헨티나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민을 분노케 하는 각종 권력형 비리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고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급증하고 빈부 격차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음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한때 세계 5대 부국이었던 아르헨의 추락을 우리는 '실패학'의 교과서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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