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중국해 괴선박 격침-일, 영해밖사격 '과잉공격'

22일 동중국해 해상에서 발생한 괴선박 침몰사건과 관련한 해상 보안청의 선체 사격 등을 둘러싸고 정당방위 논쟁이 일고 있다.

또 여러 정황으로 미뤄 북한 공작선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괴선박의 정체와 침범목적에 대해서는 베일에 .

◇정당방위 논란=이번 사건은 괴선박 발견에서부터 침몰까지 모두 일본의 영해 밖인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서 일어났으며 일 해상 보안청 순시선은 중국측 EEZ에 들어가 선체 사격을 가함으로써 외교적인 논란 여지까지 남겨 놓은 상태다 . 해상 보안청은 영해 밖에서 괴선박에 대해 위협 사격 등을 반복한 이유에 대해 "어업법에 따른 정선 명령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23일 순시선의 사격 시비에 대해 "정당방위였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간사장은 "상대가 먼저 쏜 후의 사격은 정당 방위이지만 EEZ내에서 정선시키기 위해 위협 사격을 가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은 지난 11월 일본 영해내에서 도주하려는 괴선박에 대해 선체 사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해상 보안청법 등을 개정했었다. 반면 일본 영해 밖에서는 정당 방위 등을 제외하고는 상대방 승무원에 위해를 가하는 사격 등은 하지 못하게 돼 있다.이번 괴선박 침몰 사건을 계기로 일본내에서는 벌써부터 긴급 사태시의 무기 사용 조건 완화 등 법적 정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괴선박의 정체=일본 방위청은 23일 이번 사건이 "지난 99년 일본 노토(能登)반도 해상에서 발생한 괴선박 출몰 사건과 비슷하나 현시점에서 단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말로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일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도 24일 사건 해역에서 인양된 승무원의 구명 조끼 등에서 한글 글자가발견됨에 따라 이 괴선박이 북한 선적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전했다. 해상 보안청이 공개한 이 구명 조끼에는 조끼의 치수, 섬유 혼용률 등이 제조 업체와 함께 한글로 쓰여 있다. 일본 외무성은 괴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확인될 경우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히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괴선박에 타고 있던 승무원 생존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등 현재로서는 괴선박의 정체를 단정할 결정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괴선박 침범 목적=괴선박이 북한과 관련돼 있을 경우 마약이나 위조 화폐 등을 일본 영해 부근에서 거래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외무성 관계자들은 미 테러 참사로 세계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테러를 겨냥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도 테러가 목적이라면 15명의 승무원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일본에 유입되는 마약의 절반 이상이 북한 경유라는 정보에 비추어 마약 밀수를 노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정보 수집설도 제기되고 있다. 미 테러 참사 발생 후 일본 자위대와 주일 미군의 반응을 살펴보려 한 것이 아니냐는 '가설'이다.

◇자폭설=일본 관계자들은 해상 보안청 순시선의 선체 사격으로 인한 피해치고는 괴선박이 지나치게 빨리 침몰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22일 교전 과정에서 괴선박이 쏜 기관총 소리와 다른 폭발음과 같은 소리가 들린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자폭설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침수로 인한 침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관실이나 선체 바닥이 어느 정도 침수돼 선체의 중심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큰 파도가 덮쳐 침몰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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