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일본 王은 한국인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한·일 양국간의 외교 마찰이 빈번하게 빚어지면서 두 나라 고대사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가 붐을 이루고 있다. '백제왕조 700년'(우리기획), '백제를 왜 잃어버린 왕국이라 하나요'(권오영), '고대 한·일 관계와 일본서기'(최재석), '가야가 세우고 백제가 지배한 왜국'(이봉하), '일본 천황은 한국인이다'(홍윤기)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저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재야 사학자 김성호씨의 비류백제의 왕족들이 일본으로 망명해 천황국가를 세웠다는 '비류백제론'과 백제인의 후손인 오오진(應神)과 닌토쿠(仁德) 부자가 최초로 일본을 지배한 천황이라는 홍윤기 교수의 주장은 역사학계를 뜨겁게 달궜다. 일본의 사학자 에가미 나미오(江上波夫) 박사도 '기마민족설'에서 일본 국가 기원을 우리 민족으로 보았고 재일 재야 사학자 김달수씨도 '미마나(가야)설'을 편 바 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3일 68회 생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옛 간무(桓武)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혈통'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강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한·일 두 나라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인들 사이에도 사석에서는 '천황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 정도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금기시 돼 왔기 때문이다.

▲쓰시마나 규슈 북부지역에는 지금도 가야계 지명이 많다고 한다. 만을 굽어보는 산은 '가야산'이며, 근처에 '가라도마마리'·'게야' 등도 가야와 관련된 지명일 뿐 아니라 천손인 니니기노미코도를 모신 기리시마신궁 근처엔 가라쿠니다케(韓國岳)가 있다. 또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인 히로히토 왕은 1947년 '기마민족설'을 주장하는 에가미 박사에게 '걱정 말게.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네'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일왕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아사히신문 외에 거의 보도하지 않았지만 그 자신의 혈통이 한반도와 관계가 있다고 스스로 밝혀 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차원에서 한·일간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데는 일본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일왕이 역사 조작을 고치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아무튼 역사는 숨길 수 없는 것이지만 이 같은 사실은 지나간 역사적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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