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산맥을 가다-(4)곤륜-(3)카시

천산산맥 보그다봉의 천지를 내려오는 길에 위구르족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푸캉'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이 작은 마을에는 10여 채의 유르트(Yurt)가 띄엄띄엄 자리를 잡아 20여명의 주민들이 양을 치거나 천지를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음식을 팔아 생활하고 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형제는 탐사대가 주문한 양고기 꼬치구이 '케바브(Kebab)'를 만들기 위해 양을 잡았다. 이들은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양가죽을 벗겨내고 뼈와 살을 골라냈다. 30~40㎝ 길이의 쇠꼬챙이에 대여섯개의 살점을 끼우고 숯불에 굽는 케바브는 위구르족들이 가장 즐겨 찾는 주식 가운데 하나이다.

케바브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신장지역 위구르족이나 몽고인들이지만 중국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사방 천지에서 양을 방목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가진 신장지역의 케바브는 고기가 두껍고 크지만 북경이나 서안 등 대도시의 케바브는 고기를 얇고 작게 썰어 굽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고기 노린내를 참지 못하는 외국인이라면 케바브를 좀처럼 입가에 가져가지 못한다. 탐사대원 중에도 양고기 특유의 노린내 때문에 케바브를 먹지 못한 대원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케바브와 난(빵의 일종), 그리고 차(茶)로 차려진 점심상을 먹고 나니 푸캉의 어린 딸 2명이 어머니가 내밀어 주는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 놓고 전통 민속춤을 추었다.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내놓은 특별한 볼거리라고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상업적인 냄새가 풍겨나는 듯 했다. 7월 15일 밤 9시 우루무치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두 시간 조금 걸린 밤 11시, 카시(喀什.Kashi) 공항에 탐사대를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란 뜻의 카시는 2,000여 년 전 대부(大富)를 꿈꾸던 상인들이 오가던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점이다. 신장에서 유일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카시는 중국에서 차도르를 쓰고 길을 걷는 이슬람 여인을 볼 수 있는 단 한 곳이며 키가 100m나 되는 모택동 동상이 서 있는 인민광장을 가진 도시이다. 탐사대는 무스타그 아타 등반 중에 먹을 야채를 사기 위해 소매 상인들을 위해 도매시장 역할도 하고 있는 카시에 있는 치니박(Qinibakh.其尼巴克)야채시장으로 들어섰다.

공안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길바닥에서 야채를 파는 노점상들 사이에 7, 8세밖에 안돼 보이는 어린아이 2명이 시장 입구를 오가는 주부들을 모시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

시장 안에 서 있으니 중국 영토의 어느 한 지점이 아니라 중동지역의 어느 이름 모를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야채를 모두 구입하고 카라쿨리 호수로 가는 길에 또 하나의 시장이 탐사대의 시장기를 자극했다.

우파르(Wupar) 시장은 먼 옛날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인들이 고비사막을 눈앞에 두고 잠시 목을 축이고 갔다는 곳이다. 이 시장에는 양고기는 물론 가전제품, 오토바이 수리점 등 모든 문명이 섞여 실크로드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 했다.

글=장한형기자 janga@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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