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줌마들이 있다. 수다스럽고 TV 연속극을 줄줄 꿰는 그런 아줌마들이 아니다. 진지하고 부지런하다. 나름대로의 꿈이 있고 또 그 꿈을 실현해나가는 용기도 있는 그런 아줌마들이다. 연말을 맞아 지난 3월 이후 매일신문 '아줌마'난에 얼굴을 비췄던 씩씩한 아줌마들의 그 이후 생활을 살짝 엿본다. 편집자
44세의 '당당한 대학 신입생'(본지 6월25일 보도) 권영희(영남대 법학부 1학년)씨는 방학이 더 바쁘다. 방학기간을 이용, 영어와 컴퓨터학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필수과목인 컴퓨터 때문에 겪은 고난을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다. 하루도 빼먹지 않은 수업도 영어와 컴퓨터과목만큼은 해결해주지 못했다. 작년의 검정고시와 대학입시 수험생 생활을 되새기며 방학동안 보충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도 권씨는 영남대 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보도이후 대학 홍보물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건 바로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그 나이에 새로 시작하는데 무언들 못하겠나' 하며 용기를 내는 주부들을 볼 때면 보람도 크다.
"공부하고 싶어하는 아줌마들로부터 많은 상담을 받았죠. 학원은 어떻게 선택하고, 입시준비는 어떻게 하는가 하는 전화문의가 많았습니다". 특히 남편 몰래 공부하는 노하우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자기처럼 결혼때 본의 아니게 학력을 속인 사람들이 많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공부하는 주부들인 '방통대 국문학과 아홉 공주'(6월25일 보도)의 생활엔 변함이 없다. 늘 하던대로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전공과목도 토론하고 공부방법에 대한 정보도 나눈다. 2년 동안 해온 일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다. 아홉 공주 모두 장학생인 것도 변함없다. 시험공부 때문에 이야기할 시간도 제대로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뜰만큼 욕심도 많다. 다만 유명세(?)를 치르느라 행동이 조심되고 더 열심히 해야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
'안정환이 울겠네-수성구청여성축구단'(7월2일 보도) 아줌마들은 6개월 여만에 확 바뀌었다. 지난 6월 가정주부들을 중심으로 출범할 당시만 해도 어설픈 발놀림에 공을 보고도 피하기가 예사였다. 그러나 매주 화.금요일 2시간씩의 훈련 덕분일까? 지난 10월 천안에서 18개 팀이 참가한 제1회 문화관광부장관배 아줌마축구대회서 8강에 드는 전과를 올렸다. 처녀 출전한 셈치고는 괜찮은 성적이었다. "영진전문대 졸업 선수출신 2명을 영입했죠. 내년엔 아마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이환조 감독이 내년을 기다리는 이유다.
주제가 있는 학습여행모임인 '터사랑'(8월6일 보도)은 50회 여행을 미국으로 잡았다. 오는 27일부터 1개월 일정. 반은 어학연수, 반은 여행으로 계획을 세워두었다. 아이들 21명과 6명의 어머니가 동행한다. 여기저기 전화로 알아보고 발품도 팔면서 직접 계약도 해 다른 어학연수보다 싼 비용으로 떠날 수 있게 됐다.
김현정 회장은 신문보도후 터사랑 가입에 관한 문의전화도 수십통 받았다고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입할 수 없다면 테마여행 노하우라도 전수해달라는 애교스런 '윽박'에 당황하기도 했다고. 그렇게 노하우를 전수해 두 개의 테마여행 팀이 새로 생겼다. 현재 대구 달서구 월성지역과 수성구 지산동지역 등 두 개 팀이 터사랑의 도움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버스 계약 방법부터 시작해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초등학교 학부형으로 만난 모임이라 다른 사람들의 회원가입이 어려웠죠. 아마 내년쯤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도 보조를 맞춰볼 생각입니다".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토요일 오후마다 아이들이 만든 농구팀 코치를 맡을 정도로 열심이다. 지난 가을엔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회원들 중 한 명의 고향을 찾아 바다낚시를 다녀오기도 했다.
안선희씨는 5개월째 피아노 품앗이과외(8월6일 보도)를 하고 있다. 지도하는 아이들이 3명이다 보니 단출하다. 개인교습과 다름없는 집중적인 지도가 가능해 아이들 실력이 느는 것을 볼 때마다 흐뭇하다.
'책읽는 엄마, 공부하는 아내'(4월23일 보도)들인 주부독서회 '나리뫼'회원 10명은 밥을 먹지않아도 배가 부를 정도다. 이들은 마음의 양식으로 배를 채운다. 매달 2권씩 1년간 빠지지않고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회장 백영옥씨는 평소 읽기 어려운 인문사회계열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고 소개했다. 자신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기 위해 모인 주부독서회 모임이면서도 아이들 걱정부터 하게 되는 것도 특징. "아이들을 위해 분기별 문화현장답사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아이들 기행문 쓰는 것도 덩달아 잘 하게 되었고요".
'검프부부'(6월18일 보도) 최석수-노선야씨는 여전히 달리면서 애정을 키워나간다. 올해만 해도 다대포.전주.군산.충주.경주마라톤을 같이 뛰었다. 노선야씨의 목표는 내년 3월 하프마라톤 완주. 마라톤이 중독성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게 많다. 요즘 같은 추위에도 토.일요일 마라톤 모임에는 꼭 참석한다. 아줌마 동호인도 30여명으로 늘어났다. 마라톤으로 엮어가는 부부사랑을 눈치챘을까. 노씨가 속해있는 클럽 '달구네'엔 부부동호인만도 10쌍을 넘어섰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