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르헨 외채상환 중단

아르헨티나의 외채 상환중단 선언은 중남미는 물론 세계경제 안정기조에 적신호를 던지고 있으나 신흥시장의 연쇄붕괴를 몰고온 지난 97∼98년 당시와 같은 전세계적 금융위기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지고 있는 외채는 국채 발행분 950억달러를 포함해 지난 6월말 현재 모두 1천320억달러.

로드리게스 사아 아르헨 임시 대통령이 밝힌 부채상환 중단 선언이 다국적 채권단이 빌려준 것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든 외채가 상환중지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렇게될 경우 사상 최대 규모의 외채상환 중지가 된다. 지금까지 가장 규모가 컸던 상환 중지는 러시아가 지난 98년 선언했던 400억달러였다.

그러나 BBC방송은 23일 각국 금융전문가들의 견해를 취합한 결과 대부분의 국제 채권.투자기관들은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상당부분 예측하고 지난 1년간 자신들의 채권.투자 지분을 꾸준히 다른 쪽으로 이동시켜 위험을 회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이어 한국 기업들이 아르헨티나에 2억달러 상당의 채권.투자지분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아르헨티나 디폴트 위기에 대비해 23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스페인 은행과 민간기업, 공기업들은 최근 몇년간 아르헨티나에 상당한 물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져 다소 상황이 심각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아르헨티나의 이웃인 브라질도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브라질에서도 채권 회수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인근 남미국가들의 수출전선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은행들이 신흥시장에 돈을 투자하기를 꺼리는 현상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긴급한 투자가 필요한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의 경제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관리능력도 비판대에 오를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국내상황의 경우 일명 '아르헨티노'로 알려진 제3통화의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제3통화는 달러화 또는 달러 연계 페소화와 나란히 발행하는 것으로 페소화와는 달리 중앙은행의 경화 보유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 개념이다. 즉 이는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봉급과 연금을 지불해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수단인 셈이다.

UBS 워버그의 폴 도너번 애널리스트는 "제3통화는 사실상의 평가절하를 의미한다"면서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대통령은 태환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지만 곧 페소화를 평가절하 하든지 아니면 극단적인 달러화 정책으로 가든 지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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