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1년 섬유업계 결산

지역 섬유업계에 비친 올 한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긴 터널'이었다.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 드리운 불황이 좀처럼 숙지지 않으면서 국내 섬유수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또 최근 2, 3년사이 신설비 증설로 양산체제를 갖춘 중국은 저가공세로 국내 업계를 압박했다.

여기에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의 항공기 테러사태와 연이은 아프카니스탄 공습은 미국, 중동을 두 축으로 하는 국내 섬유수출 전선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이로 인해 지난해 7월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던 섬유수출 실적은 지난달까지 전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 섬유인들은 "IMF 경제위기를 무색케 하는 구조적 불황으로 정신을 못 차린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장기불황의 여파는 결국 지역 섬유업체들의 잇따른 감산(減産)과 가동률 축소, 조업중단 등을 불러왔다.

'화섬직물 불황대책 태스크포스팀'이 지난달 지역 844개 섬유직물업체를 대상으로 직기 가동현황을 조사한 결과 워트제트,에어제트, 레피어직기 등 4만7천546대중 17%인 8천150대는 전혀 가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 특히 조사대상 업체의 31% 가량인 268개 업체는 보유직기 일부만 가동하는 '부분조업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이 지난 10월 대구.경북지역 1천105개 제직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합 회원업체 624개사중 약 80개사를 포함해 전체 업체의 25% 가량이 휴업, 부도, 가동중단 등으로 사실상 정상운영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이같은 구조적 불황에는 과잉.노후설비에 의한 생산과잉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 전체 직기 5만4천625대중 20% 이상이 현재 가동되지 않는데다 10년 이상된 노후직기도 2만244대로 37%나 차지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직물업계는 지난 6월 불황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고 화섬업계는 7월초 인원감축, 노후설비 폐기, 설비 해외이전, 인수.합병 등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의 구조조정 방식이 지나치게 정부 의존적이어서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섬유업계는 구조적 불황을 타개하고 섬유산업의 구조고도화를 이뤄내기 위해 무엇보다 '국제경쟁력 확보'를 강조한다. 그동안 도외시해온 산업용 섬유를 적극 개발하는 등 신소재와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주력하고 유통 및 구매를 과감하게 아웃소싱(OUT-SOURCING)하는 등 조직슬림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중국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중국, 대만, 일본 등 동남아 시장정보 파악과 중국의 WTO가입 및 2005년 국제섬유교역 자유화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결국 업계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일 첫 회의에서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대구.경북견직물조합과 직물조합 중심의 '구조조정 추진위원회'가 내년 지역업계의 구조조정 방향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주목된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