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적군파'. 보통 사람들은 테러와 납치를 일삼는 무시무시한 좌익 게릴라로 알고 있다. 실제 이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전세계에서 무장투쟁을 벌이며 악명을 떨쳐왔다. '미제국주의를 쳐부수고 피압박민족을 해방시키자'는 구호아래….'사과나무 아래서 너를 낳으려 했다'(지원클럽 펴냄)는 일본 적군파 간부로 활동하다 지난해 붙잡힌 시게노부 후사코(55)가 도쿄 감옥에서 쓴 자서전이다. 이 책은 벤구리온 공항 난사사건(72년) 등 각종 테러사건을 주도한 그가 딸의 일본국적 취득을 위해 일본 법무국 앞으로 보낸 진정서를 기초로 쓰여졌다.
'마녀'로 불리며 국제지명수배자였던 여성 테러리스트가 홀로 키운 딸을 바라보는 애틋한 심정을 나타낸 점이나, 30년 가까이 팔레스타인 전사들과 함께 대(對)이스라엘 투쟁을 벌여왔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는다.
여기에서 그는 사상과 이념보다 앞서 인간 본연의 모성애를 보여주는 어머니로 등장하지만,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일본에 대한 비판도 빠트리지 않았다.
▲'세계혁명'을 위해=일본에서 학생운동에 전념했던 후사코가 레바논에 잡임했던 것은 1971년. 긴 생머리를 날리며 네덜란드의 프랑스 대사관 점거사건, JAL(일본항공)기 납치 등을 주도해 국제적인 테러리스트가 됐다. 그후 팔레스타인 전사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고 아랍에서 성장한 딸은27세가 됐다. 그는 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네 나이일때 나는 아랍에 있었다. 세계혁명의 근거지를 만들어 그 힘을 배경으로 일본에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서였다.억압받는 인민에게 총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폭력노선으로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사죄한다"▲내가 아랍을 택한 이유는=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싸움으로 비쳐졌다. 아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역할은 나치가자행한 홀로코스트(대량학살)와 다름없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은 과거 히틀러의 죄상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베이루트에는 매일 팔레스타인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죽어갔다. 탱크와 비행기를 앞세운 이스라엘 정규군은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민간인, 전사를 가리지 않고 마구 살해했다. 그곳에서 몇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잇따른 팔레스타인 동료들의 주검을 앞에 두고 이런 감상을 썼다. "선택받은 민족, 이스라엘이 쓰는 폭력앞에서 살던 땅을 빼앗긴 채 떠도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서글픈 항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오만스런 청춘=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권의 붕괴는 적군파의 이념과 행동을 끝장나게 했다. "일본혁명을 외치면서도 일본의 인민은 만나지도 못한 채, 우리는 테러리스트에 불과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젊은 날의 우리들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하면서도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야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내 탓이 아닌 남의 탓'만 하면서 총을 쥐고 싸우면 모든 것이 해결될 듯 봤다. 지금은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자신이 변화되지 않고서는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인생의 회한을 경험한 테러리스트의 진정한 자기 고백이 아닐 수 없다.▲이제는 딸을 위해=그는 아직 혁명가로서 신념을 버린 것이 아니다. 다만 딸 메이를 키우는 동안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대를형성할 수 있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됐을 뿐.그는 이스라엘 모사드(정보기관)의 암살을 피하기 위해 27년동안 모녀관계를 숨겨왔고, 딸을 무국적 상태로 남겨놓았다.일본에 비밀리에 입국, 지지자와 접촉하다 체포된 그는 감옥 바닥에 엎드려 이 책을 썼고, 그후 일본 법무국은 딸 '메이'의 입국을 허가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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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김정현 지음, 문이당 펴냄)='아버지'의 작가가 전하는 중국읽기 에세이 집.▶종소리(임의진 지음, 이레 펴냄)=목사이자 시인이며 수필가인 저자의 그늘지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두번째 수필집. 8천원. ▶마린을 찾아서(유용주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희생적 노동을 토대로 한 고난의 70년대를 시인인 저자가 첫 소설로 증언한다. 7천500원. ▶러브 어게인(박영 지음, 창작시대 펴냄)=이른 새벽, 흰눈 덮인 텅 빈 거리에 찍힌 단 한 사람의 발자국을 연상시키는 소설. 8천원. ▶푸른 매화를 보러가다(김하돈 지음, 들녘 펴냄)=시인이 전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관조. 9천원. ▶지성 동방삭1, 2(용음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천하를 호령한 한무제와 시대를 앞서간 동방삭의 지혜로운 삶의 처세와 통치술. 각권 8천원.▨ 인문
▶그레이트 게임(아메드 라시드 지음, 월간조선사 펴냄)=영국의 '데일리 텔리그라프' 등에서 아프가니스탄 특파원으로 일한 저자가 통찰한 강대국들의 아프간 삼국지. 1만원.▶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스코트 새비지 지음, 나무심는 사람들 펴냄)=현실의 삶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날 수 있는 지혜화 용기를 주는 책. 9천원.▶얼굴(조광호 지음, 샘터 펴냄)=화가 신부 조광호의 눈에 비친 이 시대의 자화상. 은유적 글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얼굴 그림을 통해 우리들의 진짜 얼굴을 본다. 2만원.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신약성서 이야기, 구약성서이야기(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그림이 있는 성서. 각권 1만2천~1만5천원.▶교사는 지성인이다(헨리 지루 지음, 아침이슬 펴냄)=학교 교육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살릴 가능성을 모색한다. 1만5천원.▶중국의 상업혁명(하오옌핑 지음, 소나무 펴냄)=중국에서의 자본주의 전개를 심도있게 설명해 준다. 2만원.▨ 기타
▶도쿄지검 특수부(우오즈미 아키라 지음, 사과나무 펴냄)=일본 최강의 수사기관, 도쿄지검 특수부가 지킨 정의와 권력화 되어가는 모습을 담은 책. 1만원.▶남자들이 열광하는 여자(이숙영 지음, 중앙M&B펴냄)=SBS 파워 FM DJ 이숙영의 애(愛)테크. '사람의 향기'가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전한다. 7천500원.▶못난 것도 힘이 된다1, 2(이상석 지음, 자인 펴냄)=전교조 출신 현직 국어교사가 못난 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성장기록을 전하며 용기를 준다. 각권 7천원.▶손끝으로 느끼는 세상(존헐 지음, 우리교육 펴냄)=영국 버밍엄 종교교육학 교수인 저자가 시각장애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을 기록한 일기모음. 8천원.▶영어로 배우는 논어(서지문 지음, 창작시대 펴냄)=논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구절을 가려뽑은 영문번역문. 1만500원.▶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밖으로 걸어나오다(강명관 지음, 푸른역사 펴냄)=조선시대 최대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을 통한 저자의 조선풍속 읽기. 1만5천원.▶오프 더 레코드(이수형 지음, 프레스 21 펴냄)= 심재륜 항명 파동, 김현철 비리사건, 옷로비의혹사건 등의 현장에 있었던 기자가 전하는 생생한 특종기. 9천800원.▶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외, 남염부주지외(조면희 지음, 현암사 펴냄)=현암사 야심작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고전 시리즈' 3차분 2권. 각권 6천원.▶이제 학교는 선택이다(신홍균 지음, 도솔 펴냄)=13세 소년이 중.고등학교를 건너뛰고 대학에 들어간 이야기. 8천500원.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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