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1시 무렵,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신일양로원에서는 흥겨운 풍물소리가 퍼져 나왔다. "남들은 고대광실에 잘 사는 데 내 팔자는 박이나 타고 있나", 소리꾼이 익살맞게 판소리 흥부가를 풀어놓자,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신명난 추임새를 넣었다. 장구소리, 북소리에 더욱 흥이 난 노인들은 풍물패와 뒤섞여 즐거워했다.
이날 공연은 대구시 동구 신암2동 주민자치센터 풍물반 10여명과 경북대 사대부속초교 1학년 풍물반 10여명이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 취미삼아 틈틈이 풍물을 익힌 주민들이 외로운 노인들에게 '성탄절 선물'을 선사하자며 고사리 손들에게 요청해 이루어졌다. 다소 어색하고, 멋쩍어하던 어린 풍물패들은 관객의 환호에 신명이 났다. 자기 키보다 큰 장구를 멘 권순영(8.중구 대봉동)군은 "할아버지.할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신이 나요"라고 했다.
노란색 양복으로 한 껏 멋을 낸 이 양로원 이인제(88)할아버지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연말이라 다들 바쁠텐데 이렇게 좋은 구경거리를 보여줘 너무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옆에서 박수를 치던 조순제 할머니(82)도 "내 평생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며 고마워했다.
풍물반 반장 이경주(32.여)씨는 "성탄절을 맞아 뜻있는 행사를 갖자는 동료들의 의견에 따라 양로원을 찾았다.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연에 앞서 정성스런 점심 상을 대접했고, 양말 120켤레를 전달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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