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꽃은 역시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지방자치 발전의 핵심적 존재인 자치단체장을 향해 지금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다. 올 연말은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 매우 바쁜 날들로 채워지고 있다. 연말이 유난히 흥청거려 보이는 것도 선거바람과 유관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선거 얘기는 택시기사들 입에서부터 먼저 시작된다. 요즘 택시를 타면 괜스레 기사 아저씨가 선거 얘기를 늘어놓는 경우를 접한다. 그 지역 단체장에 대한 평가가 제법 그럴 듯하게 들린다. 지방선거를 두 번씩 경험한 그들도 이젠 지방자치가 낯선 제도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이해도 된다. 올 연말의 송년 분위기는 내년 지방선거 바람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내년 6월 13일 실시될 전국 지방동시선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눈여겨볼 것이 있다. 내년 선거는 1995년 이후 세 번째 치러지는 지방자치 선거다. 따라서 초보단계라던 우리 지방자치제가 이젠 성장단계에 들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그 하나다. 또 다른 측면은 두 번의 민선 단체장을 경험한 유권자들이 이젠인물을 얼마나 중시할 것인지를 관찰해 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우리의 지방자치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관전 포인트다. 말하자면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은 지방자치를 어떻게 이해해 왔으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었다면 내년의 선거결과는 지방자치 발전과 맥을 같이 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지방은 중앙에 대해 조직적인 반발을 꾀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전국이 골고루 잘 살기 위한 주민자치 제도이면서 정작 지방은 그렇지 못한데 대한반발인 것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전세계는 변화와 도전으로 긴장하고 있다. 지방화 기치를 내세운 우리의 지역사회도 역시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로긴장해 있다. 그래서 내 고장의 발전은 곧 내 가족의 행복권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지방민들은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의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만약 내년의 지방자치 선거가 우리 지방자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는 단체장 후보들이 있다면 그들은 지금이라도 선거전략을 새롭게 바꿔 보는 것이어떨까 싶다.
과거처럼 행사장 혹은 길·흉사에 얼굴을 자주 내밀거나 장밋빛 공약을 내거는 식의 선거전략은 지방자치의 발전 단계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선심성, 전시성 행정으로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 역시 오산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도(正道)의 길만이 주민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 특히 내 고장의 발전을 걱정하는 진지함이 있는 인물,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문성, 개혁성이 있는 리더여야 한다. 물론 청렴성은 기본 덕목이다. 지난 민선 2기에서 광역단체장을 포함, 45명의 단체장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사법 처리된 사실은 이제 새롭게 도약하는 지방자치 시대의 단체장의 덕목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은 크게 세 가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의 대표로서 지방의회, 중앙정부, 또 민간부문을 설득하고 지원을 얻어내야 하는 정치적 역할과 자치단체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행정의 효율성을 만들어 내는 행정적 역할이 그것이다. 또 부족한 지방의 재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일궈내느냐 하는 경영적 역할도 중요한 기능의 하나다. 단체장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는 지방자치가 발달할수록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다. 아마 내년에 새로 취임하는 단체장들은 과거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강도 높은 주민들의 욕구에 직면할 것이다. 이것이 곧 우리의 지방자치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내년 6월 민선 3기 선거에는 시·도지사 16명, 시장·군수·구청장 232명, 광역의원 690명, 기초의원 3천490명을 뽑게 된다. 평균 3대1의 경쟁률을 보인다해도 줄잡아 1만명이 넘는 출마자들이 나서게 되는 것이다.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적어도 지방자치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단체장을 꿈꾸는 이라면 이러한 치열한 선거전에 임하기에 앞서 변화하는 시대에 나 자신이 적합한 인물인지를 진지하게 검증해 보는 것도 필요한 자세다. 연말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 행여 당선을 꿈꾸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쯤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권한다. 제 자신을 아는 것도 선거전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정구 경북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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