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1 지구촌 성탄절

그칠줄을 모르는 중동지역의 유혈충돌 사태와 9.11 테러참사의 후유증과 유사테러 발생을 우려하는 긴장감, 그리고 유럽을 강타한 살인적인 혹한 등으로 지구촌이 우울한 분위기 속에 2001년 성탄절을 맞이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장식으로 치장된 도시의 외관과는 달리 9.11테러 참사에 대한 기억으로 성탄절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누적된 국가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제가 붕괴된 아르헨티나에서는 성탄절 축제가 사실상 사라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5년간에 걸친 탈레반 집권시대를 마감하고 전쟁으로 피폐된 국가 재건을 위해 임시정부가 출범, 다소 들뜬 분위기 속에 성탄을 맞이했다.

아기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에는 한때 순례자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나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로 지금까지 1천100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됨으로써 베들레헴 시가지는 또 한번의 음울한 성탄절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대해 테러범 체포를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베들레헴에서 열리는 성탄미사에 참석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에 대해 아라파트 수반은 걸어서라도 미사에 참석하겠다고 맞서는 등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프랑스 파리를 출발,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 테러용의자가 폭발물을 신발속에 은닉, 항공기 폭파를 기도하다 미수에 그친사건이 발생, 미국 등 각국 정부가 크리스마스에 때맞춘 테러공격 가능성에 대비, 고도의 경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9.11테러참사로 가족을 잃은 한 뉴욕 주민은 "수많은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가 매우 슬픈 성탄절이 될 것이라는 점을 사람들은 단 한순간이라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또는 에이즈 보균자의수가 470만명에 달하는 점 때문에 한 에이즈 퇴치운동 단체에서는 이번 성탄절을 '블랙 크리스마스'라고 명명,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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