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교육청 돕기운동 결산

경북도 교육청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난치병 어린이 돕기 운동이 성공리에 한해를 마쳤다. 모금한 성금만 10억3천여만원. 여기에 도교육청이 배정한 예산 2억원을 보태 모두 217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줬다. 각종 모금행사가 이어지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 사이에 온정의 물결이 번져나갔고 곳곳에서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피어났다.

◇어떻게 모았나=성금은 가정의 달인 5월에 집중적인 행사를 통해 대부분 걷혔다. '난치병 어린이에게 희망을'이란 슬로건 아래 대규모 행사들이 마련됐다. 난치병 어린이 돕기 운동 발대식과 사랑의 걷기에서 1억300여만원이 모인 것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사랑의 종이 비행기 날리기에서 130만원, 사랑 나누기 자선 바자회에서 4천500만원 등이 모였다. 학교마다 종이학을 만들고 사랑의 편지 쓰기를 하면서 모인 게 3억1천여만원이고, 학교별 자율성금도 3억6천여만원이나 걷혔다.

모인 돈보다 돕기 운동에 참가한 규모가 방대했던 게 더 큰 성과. 3천500여명이 참가한 사랑의 걷기, 수만개의 종이비행기가 하늘을 메운 어린이날 행사, 난치병 어린이를 위해 학교마다 만들어진 수많은 종이학과 위로 편지 등은 모인 성금보다 더 큰 뿌듯함을 참가자들에게 안겨줬다. 일부 학교에서 강제 모금으로 말썽을 빚기도 했고,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도 적잖았지만 서로를 수용하고 이해해가면서 큰 무리없이 진행된 것도 보기 드문 일.

지난달 15일부터 한달 동안 초.중.고에서는 '사랑으로 채우는 우유곽'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저금통 마련 비용을 아끼기 위해 우유팩을 저금통으로 활용, 동전을 모았는데 난치병 어린이 돕기 운동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얼마나 도왔나=경북의 난치병 학생은 작년말 200명이던 것이 지난 4월 229명, 이달 현재 250명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무슨 큰 도움이나 주겠나 싶었는데 실제 지원이 제대로 되는 걸 보고 힘에 부친 학부모들이 도움을 호소하면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도교육청은 성금과 자체 예산 등 12억여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전문기관, 사회단체 등과 함께 치료 대상자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7월20일 첫 회의를 열었다. 도교육청 박종옥 보건담당 사무관은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모인 만큼 한푼이라도 잘못 쓰여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공정한 선정을 위해 수술 여부, 완치 가능성, 시급성, 생활정도, 치료비 등을 점수화해 지원 순위를 결정하는 세밀한 방법이 동원됐다. 수술비와 치료비는 병원들의 협조를 받아 병명별로 지원 금액을 세분화했다. 치료비 역시 병원 치료가 필요한 학생은 병원에 직접 전달하고 가정 간호가 필요할 경우 학부모에게 지불, 혹시 있을지 모를 누수에 대비했다.

1차 회의를 통해 선정된 학생은 모두 91명. 잇따른 회의를 통해 126명이 추가 선정돼 올해만 217명에 대한 지원이 결정됐다. 학생들은 서울, 대구 등 전국 50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큰 수술을 받은 학생도 적잖다. 안동중앙고 이모군이 재생불량성빈혈로 사경을 헤매다 골수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시작하는 등 불편 없이 생활과 공부를 하게 되는 학생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도 101명이 수술 등 치료를 받을 예정.

대상자로 선정된 학생 가운데 가정에서 직접 치료비를 낸 경우도 신청을 받아 이를 보전해 주기로 했다. 또 가정에서 치료해야 할 형편이지만 휠체어나 산소호흡기, 자외선소독기 등 의료보조장비가 없어 애태우는 학생들에게는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힘을 보탠 사람들=돕기 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서 가장 열의를 보인 것은 난치병 학생들의 힘겨움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는 양호교사들. 올해 대규모 운동이 가능한 것도 이들이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지난 몇년 동안 자체적으로 벌여온 행사가 밑거름이 됐다.

올해는 자선 바자회나 모금 행사 규모도 훨씬 커졌지만 이들이 특히 빛난 부분은 자율 모금운동. 일반인들에게 난치병 어린이 돕기의 취지를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거리로 직접 나선 것. 양호교사회 김천 분회 교사들과 직지사 앞에서 모금운동을 한 한지영(김천 아천초교) 교사는 "새벽 4시부터 밤늦게까지 거리에 나섰지만 성금함에 쌓이는 온정을 보면서 힘든 줄 몰랐다"면서 "사람들이 난치병 어린이를 한번이라도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동산의료원 등 전국 23개 병원이 난치병 어린이들에 대한 치료비를 감면해준 것도 적잖이 힘이 됐다. 도교육청은 병원마다 공문을 보내고 교육감, 부교육감 등이 직접 찾아가 설득 작업을 벌여 참여 범위를 넓혔다.

◇내년에는 어떻게 하나=난치병은 말 그대로 완치가 쉽지 않은 병. 이들에 대한 도움도 당연히 몇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도교육청도 이를 중시해 지속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중이다. 교육청이 예상하는 250명의 난치병 어린이에 대한 치료비는 26억여원. 올해 12억여원이 모여 지원됐고 앞으로 4년 동안 교육청 예산이 8억원 배정되는 만큼 올해 정도의 대규모 행사는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각급 학교에서 신입생을 받아 다시 조사하면 다소 늘어날 수도 있으므로 돕기 운동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 교육청은 우선 내년에 지원할 예산 2억원을 확보해둔 상태이고, 자투리돈을 모금하는 사랑의 991모금 운동은 지난 7월부터 향후 5년 동안 자동이체를 받기로 했으므로 내년부터 예산에 포함된다.

박 사무관은 "교사, 학생, 학부모 사이에 난치병 어린이 돕기 분위기는 충분히 확산됐으므로 내년에도 어느 정도의 행사는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젠 일회성 모금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난치병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나설 때"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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