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스닥 위기?

코스닥시장이 수급 불균형과 매수 주체 부재로 허덕이고 있다.코스닥의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극심한 거래 위축이다. 24일과 26일 이틀 연속으로 코스닥의 거래대금은 9천억원대에 머물렀다. 코스닥시장 전체의 거래대금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27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시장의 거래가 이처럼 줄어들고 있는 것은 외국인들의 매매 규모가 크게 감소한데다 개인들이 손절매를 못하고 '물려 있는' 종목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증시의 무게 중심이 거래소로 이동하면서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시장의 보조시장 정도로 전락한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종목별로도 소위 '대장주'에서부터 개별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등록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9·11 테러때의 최저점 또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거나 접근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수로 볼 때는 폭락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신규 등록주를 중심으로 급락하는 종목들이 많은데다 일부 등록기업의 부도설마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어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요즘 코스닥에서 선전하고 있는 종목들은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일부 대형주에 국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코스닥 거품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코스닥시장에 신규 입성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 수급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6일 현재 코스닥등록기업 수는 720개로 지난해말 604개보다 무려 116개나 늘어났다.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은 거의 없는 반면 새로 입성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따른 것이다. 매수 여력은 떨어지는데 공급 물량이 늘어나니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스닥 등록기업 주가에 대한 거품 시비도 여전히 숙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신규 등록한 한 기업의 경우 자본금 40억원에 올 상반기 매출 10억원에 적자 규모가 4억6천만원인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3만원대(26일 종가 기준·액면가 5천원 환산시)에 이른다.

한 개인 투자자(필명 제바)는 팍스넷 게시판을 통해 "연말을 앞두고 코스닥 신규등록업체가 무차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으로 폭락장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며 "왜 정부는 오랜만에 살아나려하는 장에 찬물을 끼얹으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씽크풀의 애널리스트 센스영은 "코스닥 종목의 경우 낙폭 과대라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매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검증되고 실적이 수반되지 않은 종목에 대한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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