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프리카 간호사, 대구서 인술 연수

"한국에서 배운 의술이 중앙 아프리카 장애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27일 오전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방사선과 엑스레이 촬영실. 중앙아프리카에서 온 귀씨반다 파울 에바리스테(35)씨는 능숙한 솜씨로 환자들의 엑스레이를 찍었다. 파울은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에서 지난 4월 설립한 중앙아프리카 보삼벨레 어린이 장애자 재활복지센터의 간호사.

그가 일하는 보삼벨레 마을은 철도도 없는 밀림지역으로 전화는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다. 의사가 없는 그곳에서 그는 간호사 이상이다. 제왕절개, 맹장염수술 등 웬만한 수술은 직접 한다는 그는 내친 김에 선진의술을 배울 목적으로 지난 10월 한국에 왔다. 가톨릭대구대교구 이문희 대주교가 그의 사연을 듣고 초청했다.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영양부족과 비위생적인 환경때문에 어린이들의 장애가 심각합니다. 보삼벨레의 재활복지센터는 전국 유일한 장애인 시설입니다. 전국에서 온 20여명의 아이들이 숙식을 하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파울이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서 주로 배우는 분야는 엑스레이와 초음파 촬영술. 재활복지센터에서는 아직 이런 장비를 갖추지 못했지만 장애아 치료에 꼭 필요한 기술이어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파울은 정형외과 수술 참관도 열심이다. 중앙아프리카에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전국에 2명뿐이어서 재활복지센터 장애아 수술은 1년에 한두차례 프랑스 보장송 대학 의료지원팀이 해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단순골절과 같은 간단한 부상 치료는 간호사인 파울의 몫이다.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책에서만 봤던 의료장비들을 한국의 거의 모든 병원이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또 실력있는 의사들 한테 진료를 받는 한국 환자들이 무척 부럽습니다."

대구에 온 후 지난 달 고향이 내전에 휩싸였다는 뉴스를 듣고도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그는 "추운 날씨가 고통스럽지만 25일 성탄절에 병원 성당에서 세례를 받아 대구는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파울은 다음 달 11일 돌아간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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