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질환자 사회적 냉대 사라져야

16년째 간질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서모(36.대구시 동구 신암동)씨. 중학생이던 지난 82년 지하실 계단에서 누군가에 떠밀려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간질을 앓고 있다. 그는 결혼은 물론 취업조차 못하고 있다.

서씨는 "사람들이 잘 대해주다가도 간질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 눈빛이 달라진다"며 "남들처럼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며 한숨을 지었다.

전국적으로 25만~50만명으로 추산되는 간질 환자들이 사회적 냉대에 남몰래 울고 있다.

대부분 사고 또는 질병으로 간질을 앓고 있는 이들은 취직, 결혼 등 정상적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료비 혜택에서 빠져 있는 등 인권·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간질을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여겨 사회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인식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간질 환자는 전체인구의 0.5~1%정도를 차지, 대구지역 경우 1만~2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환자 스스로 병을 숨기는데다 당국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 보건과 관계자는 "신부전증, 혈우병 등 희귀난치병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하지만 현재 간질은 의료비 지원 제외대상이어서 환자가 정확하게 몇명인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회적 무관심속에 지난 95년부터 저소득층 간질 환자를 돕고 있는 '장미회' 관계자는 "회원으로 등록한 환자가 대구지역에 800여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간질을 폄하하는 잘못된 사회인식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숨어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간질 환자를 사회적으로 크게 차별하면서도 각종 복지대상에서 장애인으로 포함하지 않는 등 혜택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에서 유일한 간질 전문 치료시설인 계명대 동산병원 간질센터장 이상도 교수(신경과)는 "간질은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대부분 교통사고나 뇌염·뇌수막염 등으로 뇌를 다쳐 후천적 원인으로 생긴다"며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는 만큼 취업이나 결혼에서 간질 환자들이 차별대우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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