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해야 붉은 해야 불쑥 솟아 올라라. 힘차게 솟아 올라 암흙 천지 밝혀내라. 시름은 묻고 희망 안고 높이 높이 솟구쳐라'.
여명의 새벽바다. 먼 수평선 위로 짙게 드리운 해무(海霧). 한 겨울의 매서운 바람. 칼바람을 뚫고 나는 갈매기의 유연한 날갯짓. 백사장 가득 웅성거리는 사람들, 손을 맞잡은 채 숨을 죽인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기다린 듯 시간마저 멈춰버린채 긴장이 이어진다. 이 때, 푸른 바다 그 깊숙한 곳에서 불덩이가 올라 온다. 순간 터지는 탄성과 박수. 함박 웃음진 얼굴들,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솟구친다.
일출은 순식간이다. 여명을 뚫고 나오는 해를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0여분. 진한 감동의 여흥까지 포함해도 채 1시간이 못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간다. 아니 포기할 줄 모른다. 길 위에서, 차 안에서 밤을 꼬박 세울 수도 있다. 연례행사로 굳어진 해맞이 여행. 설렘과 기대로 벅찬 새해 벽두. 사람들은 저마다 간절한소망을 빌며 또 한해를 준비한다.
해맞이 여행의 1번지는 역시 동해바다다 .
우선 장쾌한 바다에 몸과 마음을 씻고 돌아올 때는 허전한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강릉 정동진, 삼척 추암촛대바위, 울진 망양정, 영덕 강구항.삼사해상공원, 포항 호미곶, 경주 토함산.감포, 울산 간절곶, 부산 해운대 등이 권할만한 해맞이 포인트다.
TV드라마 '모래시계'때문에 유명해진 정동진은 유명세가 꺾이지 않는다. 바다에 바짝붙은 모래사장과 간이역이 운치를 더해준다. 이런 정동진은 기차여행이 제격이다. 대구에서 떠난 야간열차가 정동진에 도착할 때 쯤이면 일출 열차로 바뀐다. 애국가 배경화면 장소로 유명한 추암 촛대바위가 지척이다.
옛 관동팔경중의 하나인 울진 망양정. 바닷가 언덕위 정자에 올라 내려다 보는 일출은 각별한 맛을 낸다. 서로서로 등을 부빈 채 환희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어쩌면 정감 넘치는 곳이다.
영덕 강구항에서 축산항까지 이어진 30여km의 918번 지방도에서 일출을 보는 것도 괜찮다. 우선 소란한 분위기를 피할 수 있고, 영덕의 해안선을 따라 기암을 타고 넘는 드라이브 또한 그만이다. 언덕위에서 해맞이를 할 수 있는 삼사해상공원에서는 영덕군에서 매년 해맞이 축제를 연다. 경북대종 타종 등 전야제와 해뜨기 직전 동해별신굿이 한판 흥을 돋운다. 영덕은 지금 대게가 제철이다. 눈과 가슴으로 만끽한 새 아침의 흥분을 입으로 옮겨갈 수 있다.
포항 호미곶도 해맞이 축전을 매년 개최하는 곳. 각종 축제가 분위기를 한껏 띄운 후, 조형물 '상생의 손'위로 해가 차오르면 절정에 달한다. 과메기 축제(새해1월 7일까지)가 한창인 북부해수욕장에서는 31일 밤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경주 토함산(745m)은 석굴암쪽으로 동해 햇살이 가장 먼저 와 닿는 곳이다.붉은 해무를 피워 올리다 순식간에 떠오르는 해돋이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장관. 감포 앞바다에서 맞는 일출도 경주의 자랑거리다.
새해 첫 단추를 산행으로 시작하는 해맞이도 멋있다. 대구의 팔공산과 비슬산과최정산 등이 해맞이 손님을 맞을 채비를 이미 마쳤다. 대구 안내등산연합회 등 산악회를 이용하면 각광받는 일출 명산에서 비교적 한적한 산행지까지 골고루 찾아볼 수 있다
3대에 걸친 덕을 쌓아야만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1천915m)에 오르면 새해 아침을 힘들인 만큼 일출을 지켜보는 심정에도 남다른 간절함이 배어 난다. 운이 나쁘지만 않다면 지평선 끝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내륙지방에서는 가장 빨리 볼 수 있다. 천왕봉 아래 운해와 눈덮힌 설화까지 어우러진 지리산 조망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산행이 되기에 충분하다.
중앙고속도 개통으로 한결 가까워진 설악산 대청봉에서의 일출은 시원한 바다냄새만큼이나 상큼하다. 천불동 계곡에 내려 앉은 설경은 산행의 덤이다. 치악산과 강화도 마니산, 덕유산도 가볼 만한 일출 조망지. 복잡한 명산이 싫다면 사람이 덜붐비는 칠보산, 일월산이나 대관령 황병산 등으로 떠나볼만 하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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