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수능 체제에 대학과 고교, 수험생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시험 주체별로 점검해 보자.
◇대학들 동향=대학들은 당분간 선택과목을 매우 세부적으로 지정하기 보다는 반영영역만 지정하거나 영역별 가중치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모집단위별 특성을 살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시 중인 전형에서 이미 48개 대학이 일부 영역별 점수를 반영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2005학년도에도 이 틀을 대체로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까다롭게 선택과목을 세분해 요구할 경우 학생 선택권을 제한해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 의존도가 낮아지는 만큼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독자적 전형방식을 개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의 기본 방침은 수능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동시에 이미 도입한 영역별 점수 반영방식을 기본토대로 모집단위별 특성을 살려나가되 세부적인 선택과목 지정은 될 수 있는 한 피하겠다는 것. 유영제 입학관리본부장은 "수능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수능 외에 다양한 전형방식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 김하수 입학처장은 "한두 과목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을 것이나 정시와 수시에서 반영과목을 달리하는 방식 등으로 절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김승권 입학관리실장은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특정 전공에 특정 선택과목 가중치를 별도로 두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들의 대책=교과과정 재편 등 준비가 긴급해졌다. 그러나 이번 수능 개편안의 배경인 7차 교육과정이 고교에서는 아직 시행되지 않는데다 대학들의 학과별 반영 영역도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쉽게 갈피를 잡기 힘들 전망.
또 비인기 과목 선택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거나 교과과정에 불만을 갖게 되는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려 가는 현상이 우려되고, 학교 교육이 대학별 반영영역에 맞춘 입시위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대학들이 반영하는 과목만 선택할 것이 뻔하지만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과목들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교과과정 작성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수능 개편안에 맞춰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 고교의 인문계.자연계 구분이 없어지는 변화는 이미 예정돼 있다. 7차 교육과정에 따라 고교 2,3년생은 학생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도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교들은 바뀐 수능 제도 못잖게 7차 교육과정 자체의 도입 때문에 혼란을 치러야 할 상황인 셈이다.
◇입시학원가에도 큰 변화=과목 선택권이 강조됨으로써 '맞춤형 학원'이 등장하는 등 사설 학원가에도 적잖은 변화 바람이 불 전망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재수생 중심의 종합학원은 시장을 잃어 사라지는 반면 재학생 상대의 새로운 학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재수생 중심 종합반 형태에서 선택과목 중심 단과 학원이나 프랜차이즈, 인터넷상 사이버 학원 등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얘기.
특히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험생들의 학원.과외 의존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학교별 반영 영역에 따라 수험생들의 선택과목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일부 과목만을 전문적으로 강의하는 단과 학원들이 번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학교.학과의 반영 영역이 모두 달라지고 수능총점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학원들이 매년 입시철마다 작성해 진학 참고자료로 활용해 왔던 '배치표'도 사라지게 될 전망.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가고 싶은 대학.학과를 선택하고 되도록 빨리 세부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진로를 일찍 결정해야 할 것이다. 고3이 된 후 또는 수능시험을 치른 뒤 학교.학과를 선택하는 지금의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
그러나 국어.영어.수학 등 기본과목에 대한 학습을 소홀히 하는 것은 금물이다. 내신 등의 수능외 평가요소가 더 중요해지는 추세이기 때문. 더우기 뒤늦게 학교.학과를 변경해야할 경우엔 기본기가 탄탄해야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수리와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은 선택과목 중에서 수험생이 선택토록 함으로써 자신있는 과목을 정확히 선택해 점수를 올리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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