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 새해 정국주도권을 의식한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 총재 및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등 '3김(金) 1이(李)'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지방선거와 16대 대선 등 정치지형을 바꾸고 정치지도자들의 명운을 좌우할 국가적 대사(大事)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3김'과 대선고지를 선점하려는 이 총재의 불꽃튀는 경쟁은 각종 변수를 양산하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재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서 끊임없이 정계개편설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우선 김대중(DJ) 대통령은 새해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고 수출 드라이브도 강화하는 등 경제재도약에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임기말 개혁작업을 완수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내년 대선은 우리 선거 역사상 가장 공정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점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지난 10.25 재보선후의 선언대로 대선 과정에서 정치에 손을 끊고 경제살리기와 국정수행에만 매달릴 것인지 현단계에서는 예단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게 야당의 시각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측은 "경제가 회복되고 각종 게이트 파문이 수습되면 김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 정권재창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자민련 총재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록 JP가 '대망론'을 앞세워 독자 출마를 강행할 변수는 남아있지만 YS와 JP가 세부족을 감안, 보수신당 창당에 나서거나 민주당 이인제 상임고문을 매개로 '반 이회창 연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JP는 이 고문의 구애 공세를 의식, "그 사람의 큰 뜻을 알고 있다. 그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등 우호적인 시선을 보이기 시작했고, YS도 "DJ 밑에만 있지않으면 좋은 재목"이라며 호감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JP가 조만간 김 대통령과 화해, 'DJP 공조' 복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 고문도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듯 신정에 YS는 물론 JP에게도 새배를 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정가 일각에선 3김이 결국 이 고문을 앞세워 '반이회창 연대'를 구축, 대선에 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가 연말 연시를 맞아 YS에게 "존경하는 전대통령"이라는 극존칭을 써가며 적극적으로 다가서려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전망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봐야 한다그러나 YS의 DJ에 대한 반감이 분명하고, 세대교체로 승부를 걸어야 할 이 고문입장에서도 3김과 노골적인 연대를 맺기는 부담스런 측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설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않다.
이와는 달리 이총재와 JP와의 관계는 지방선거전까지는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대선거의 승리를 위해선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 장악 경쟁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각제를 모토로 내걸고 있는 JP가 이 고문은 물론 이 총재와도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내년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3김 1이'간 연대와 경쟁이 각 정파간 이합집산과 정계개편, 이에 따른 대선구도 변화 등 정치권에 또 한번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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