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특집-2년째 주 4일근무 김헌일씨

삼성테스코 김헌일(37)과장은 이젠 '주5일 근무제'가 몸에 뱄다. 주5일 근무가 벌써 2년을 넘겼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 시행 초기, 사실 김 과장은 이 제도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유통업계 특성상 갑작스레 찾아온 주 2회의 휴일은 '집에서 빈둥거리는' 시간만 늘려줬던 것.

김 과장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주5일 근무제를 시행했지만 쉬는 날 회사부근을 배회하는 직원들도 여전히 많았다. '쉬고 노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다.

"처음엔 노니까 좋더라구요. 잠을 원없이 잤습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신문 보고, TV보고, 밥먹고, 그냥 쉬었죠. 그런데 몇번 해보니까 '이게 아니다' 싶더라구요".새 신발에 적응하는데는 상당 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김 과장의 '주5일 근무'도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시작됐다. 주1회 휴일 일정과 다름이 없었던 주2회 휴일. 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가족들과의 나들이죠. 사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과 놀러 한번 번번히 못갔던 게 사실이에요. 휴일이 이틀 되니까, 나들이 거리가 멀어져요. 경기도 부근에다 전라도까지도 가능해졌어요. 예전엔 경주도 가자마자 돌아왔었거든요".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시골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좋아했다. 예전엔 구경해보지 못했던 아이들 '알림장'도 이젠 한번씩 들여다본다. 일기장도 보며 '요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아빠한테 무슨 불만이 있는지' 잡아낸다.

꿈도 못꿨던 등산도 하게 됐고 학창시절 이후 구경도 못해던 자전거도 탄다. 자전거를 탄 채 신선한 공기를 받으며 달리는 재미가 고급차보다 더 쏠쏠하다는 것도 다시 느낀다.

생활패턴의 변화는 소비를 늘렸다. 김 과장의 소나타 승용차가 먹어대는 휘발유는 조금씩 늘어갔고 외식비가 이젠 고정비용으로 자리잡았다.

"기름값이 월 평균 6만원 이상 늘었어요. 외식비는 10만원 가까이 들죠. 돈을 더 많이 쓰는 것 만큼 생활 자체는 윤택해지는 것 같아요. 가족들하고 다니면서 돈을 쓰지만 덩달아 대화도 늘었거든요".

지난해부터는 업무 관련 학습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김 과장이 맡고 있는 직책은 신선식품부문. 위생관련 법규 등 나날이 바뀌는 식품판매환경에 대한 습득이 필요하다. 도서관을 찾고 다른 유통업체를 찾는 것도 김 과장의 휴일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몸으로 때우던 시대는 지났잖아요. 무조건 출근만하면 생산성이 쑥쑥 올라가던 시대가 갔습니다. 하급직원들도 언젠가 관리자가 될 날을 대비해야죠. 주5일 근무제가 가져온 시간의 여유는 직장인들에게 휴식과 재충전,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학습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근로현장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 과장은 주5일 근무제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제도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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