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지우방 주민 월드컵 민박 채비

'월드컵 성공은 우리 손으로!'

2002 월드컵 손님맞이를 위해 대구지역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똘똘 뭉쳤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시지우방하이츠 아파트 주민들은 오는 5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기간동안 민간외교사절로 맹활약하기로 한마음을 모았다. 이들 주민들은 월드컵 개최기간동안 대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각자의 집으로 초청, 숙식을 제공하고 또 일부 주민들은 홍보요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특히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과 부녀회원들은 대구를 찾는 외국손님들에게 경기장 안내와 관광, 손님맞이 잔치 등 을 통해 한국의 따뜻한 정과 마음을 전해주기로 했다.

2개동 234가구가 모여사는 이 아파트 주민들이 월드컵 행사에 적극 동참하기로 뜻을 같이 한 시기는 지난해 4월 입주자 회의 때부터. 아파트 주민들은 당시 열린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대구를 찾는 월드컵 관광객들에게 한국고유의 풍속과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집단민박을 신청하자는 김학환(58) 회장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현재까지 모두 12가구에서 모두 14명의 외국인을 초청, 민박가정을 공동 운영키로 했다.

이들 주민들중에는 축구광이 많다. 101동 503호 손경대(39)씨는 축구라면 만사 제치고 뛰어든다. 그래서 이번 민박유치에도 앞장을 섰다.

또 102동 박영숙(53)씨 가족은 외국어에 능하다. 남편 이길이(54)씨는 30여년간 해운업에 종사, 여러나라를 가본 경험덕분에 영어는 물론 불어, 일어에도 능통하다.

또 둘째 딸 은경씨는 일어에 흥미가 많아 일본인을 만나는 일을 좋아한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김윤희(38)씨는 자신의 집에 머물 외국인과의 접촉을 통해 자녀들에게 외국문화에 대한 이질감을 다소나마 해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민박을 신청하게 됐다.

이런저런 동기로 12가구가 민박을 신청한 시지우방하이츠 아파트는 대구지역 1천여 민박신청가구 중 단위 밀집지역으로는 가장 많이 월드컵 자원활동에 참가한 셈이 됐다.

외국인 손님을 맞기위해 이들 아파트주민들이 쏟는 정성은 남다르다. 지난해 5월부터 주민들은 아파트 주민회의실에서 기초 영어회화를 공부해왔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각각 2시간씩 인사법에서부터 식사제의, 가족소개 등과 관련된 회화를 반복해 연습해왔다. 영어회화 교육은 오랜 교육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시간이 나는대로 대학에서 영어강의를 하고 있는 입주자 대표 김학환 회장이 도맡았다.

또 박물관, 향교, 동화사, 두류타워, 대구컨벤션센터 등의 관광안내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아파트인근에 탈곡기, 멍석, 물레 등 예전에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농기구와 농촌생활유품이 전시된 인근 매곡동의 민간 유물전시관을 방문, 외국인들에게 생경한 한국 농경문화도 소개해줄 작정이다. 또 풍물놀이패를 초청해 사물놀이도 선보이고 윷놀이, 노래자랑 등을 통해 우리나라 서민들의 평범한 놀이문화도 함께 즐길 계획이다.

이들 주민들은 외국인들의 방문기간 2박3일중 둘째날 저녁을 선택, 주민과 외국인들이 모두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마지막날 밤에는 환송의 밤 행사도 열기로 했다.

또 대구를 방문중인 외국인 관광객중 혹시 생일을 맞은 사람이 있을 경우 생일축하잔치도 곁들이도록 하는 등 아파트 주민들의 손님맞이 프로그램은 한치도 빈틈이 없다.

월드컵 기간동안 외국 손님과의 부대낌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은 각 가구별로 펜팔을 하고 또 기회가 생기면 자매결연도 맺어 외국인들과의 교류를 갖는 기회가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김 회장은 "월드컵 민박유치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대구사람들의 순박한 인정이 가슴속에 새겨졌으면 하는 바람이 새해 소망"이라며 밝게 웃었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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