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붉은악마' 16강 진출 선봉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신합니다. 세계 최강의 응원단, 붉은 악마들이 뜨겁게 뛸 테니까요".

세계가 일제히 흥분하는 '지구촌 축제' 2002 한·일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둥! 둥! 둥!. 대~한민국, 대~한민국. 고산벌이 떠나갈듯한 함성과 붉은 물결을 누구보다 기다려온 '붉은 악마'는 벌써부터 신이 나 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우리의 11전사들과 함께 한국의 저력과 용맹을 세계 만방에 떨친다는 자부심에 새해 아침부터 들떠 있다.

"단순히 응원만 하지 않을 것 입니다. 우리팀의 승리는 물론이고 대구의 관전문화를 수준높게 끌어 올려 지구촌의 눈을 확 끌어당길 작정입니다".

붉은 악마 대구지회(회장 박동문·27) 2천400명이 새해 아침을 맞는 포부는 힘이 넘쳤다. 최철민(21) 대구지회 관리팀장은 "대구경기장을 가득 채울 붉은 물결과 함성으로 상대팀은 주눅부터 들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축구 불모지와 다름없는 대구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붉은 악마를 단시간내 뭉쳐낸 저력을 갖고 있으니까 그들의 의욕이 든든하게 들렸다.

2000년 8월 골수 축구팬 9명으로 출발한 대구지회가 급성장한 것은 지난해 5월 열린 대륙간컵이 계기. 회원의 60%는 중고생이지만 초등학생부터 30대 후반 직장인까지 다양한 층을 확보하고 있고 특히 여성 회원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대구에 축구 열기가 일고 있다는 증좌다.

창립회원인 김민주(18)군은 "처음엔 시내상가 앞 TV를 보면서 응원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이상한 눈길로 바라봐 쑥쓰러웠지만 이제는 박수를 보내주거나 함께 참여하는 분이 많아 절로 신이 난다"며 "월드컵열기가 점점 고조돼 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5개월 앞두고 붉은 악마들이 시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 선수들에게 사기를 불어넣는 것 못잖게 응원 자체를 '축제'로 승화시켜 경기장 내 질서의식을 지키자는 것.

이영환(38) 대구지회 고문은 "건전한 응원문화 정착은 붉은 악마뿐 아니라 시민 모두의 숙제"라며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열두번째 선수로 생각해 대구의 위상을 높이는 시민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들은 월드컵이 침체한 대구 경제를 살리고, 시민들의 사기를 높이고, 화합을 일궈내며, 세계속의 대구로 뻗어나가는 원동력을 가져 올 것을 기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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