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대 선거 기상도

◈정계개편 숱한 변수... 1년내 선거 열풍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행사와 함께 21세기 첫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특히 16대 대선은 지난 30여년간 국내정치를 지배해온 '3김 시대'의 한 축인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를 이어받을 후임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또 3김씨 이외의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정치문화의 변화와 정당구조의 혁신 기류 정착에 따라 양대 선거를 위한 여야 각 정당의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 등으로 1년내내 전국은 '선거열풍'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대통령선거와 대구.경북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국기상도를 조망해 본다.

▨대선

2002년 대선정국의 관전포인트는 대세론과 반(反)DJ 정서의 향배로 압축될 수 있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거듭된 실정과 반DJ 정서에 편승, 일찌감치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당쇄신론이나 정계개편론으로 한나라당의 1인지배체제를 비판하며 대세론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자민련 역시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입지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고심중이며 김윤환 민국당 대표(허주)는 반 이회창 연대를 통한 만선(滿船)의 꿈을 키우고 있다.

결국 차기 대선은 대세파와 이에 맞서는 반 대세파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대세파는 '호남고립' 내지 'DJ고립' 작전으로 대선까지 전력질주할 공산이 크고 반 대세파는 '이회창 고립'에다 '영남고립'이 아닌 '영남분열'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1년을 앞둔 대선에 갖가지 변수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총재가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는데 별 이론이 없다. 단 박근혜 부총재 등 비주류가 1인 지배체제 비판과 함께 공정 경선을 요구하는 등 난기류가 일고 있는 것이 내부의 걸림돌이다.

이들중 일부가 불공정.들러리 경선을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 결국 탈당한다는 시나리오까지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 또 개혁성향의 비주류 인사들이 민주당 개혁파와 손잡고 신당을 창당, 대선을 보수와 혁신의 대결구도로 몰고 갈 경우도 은근히 '지금 이대로'를 바라는 이 총재에게는 고민거리다.

민주당에서도 동교동계가 분화되고 세가 약화되면서 경선의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다. 또 당 쇄신안으로 나온 당권.대권 분리론으로 예비주자들이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는 점도 당내 경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후보경선을 둘러싼 주류와 쇄신파간 갈등이 증폭될 경우엔 분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련은 텃밭인 충청권에 대한 한나라당의 잠식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JP 대망론'으로 충청권 사수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JP의 대선출마까지는 아니겠지만 자민련이 독자영역 유지에 성공한다면 대선정국의 가장 강력한 캐스팅 보트가 될 것이 확실하다. JP는 YS와의 연대는 물론 DJP공조를 복원시키거나 3김 연대까지 상황을 발전시키려 들지도 모른다.

결국 여야를 막론 당 안팎으로 현 판세에 대한 역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세론'은 무엇보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반 DJ정서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가변성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이 영남권을 최대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 총재가 이곳에 지역적인 연고가 약하고 또 이 총재 지지율 자체가 개인적인 인기보다는 반 DJ정서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위크 포인트'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쇄신과 '탈 DJ'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김중권.노무현 고문 등 영남 출신 대선주자 쪽에 계속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영남권 후보가 나설 경우 영남권의 이 총재 지지세는 상당수준 약화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반면 민주당내 여론 선두인 이인제 고문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음에도 영남지역의 비토가 고민거리여서 본선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이 결국 영남출신 후보를 내고 자민련과의 연대를 통해 충청권을 흡수하는 '이회창 고립'작전을 구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허주의 반 이회창 연대 구상 역시 영남권 정서를 토대로 하고 있다. 박근혜 부총재나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 등이 이 연대의 유력한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 1년이나 남은 연말 대선구도를 속단하기는 무리다. 한나라당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대로를 바라고 있고 비 한나라당 진영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구도 타파를 노리고 있다. 물론 둘다 '희망사항'이다.

▨지방선거

적어도 대구.경북에서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4대 지방선거의 초점은 어느 정당이 이기는가가 아닐 것이다. 정당간 우열은 한나라당의 절대 우위로 가려진 것이나 진배없다.

지난 15대 대선 이후 지금까지 약 4년간 이 지역 정치권을 독점해 온 한나라당의 위세가 급전직하할 가능성도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한나라당에는 공천을 받으려는 예비후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민주당이나 자민련 등 다른 정당에서는 별 관심조차 없어 지방선거에 국한하자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오히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한 유력한 무소속 후보자들이 일찌감치 발로 뛰고 있어 한나라당 독식 분위기를 얼마나 제동걸 수 있느냐가 작은 관심거리다.

이런 상황 배경을 놓고, 현재 판세에 큰 변화의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볼 때 이 지역 지방선거 최대 이슈는 광역단체장 즉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연임 성공 여부다.

문희갑 대구시장이나 이의근 경북지사 두 사람에게 이번 선거는 지난 98년 6.4 지방선거에서처럼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선거가 될 것 같지 않다.

98년 선거에서 두 사람은 당내 경쟁도 사실상 없었던 데다 대선 패배 직후 반 DJ정서 덕에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본선에 나서기 전에 치열한 당내 예선 통과라는 고비를 넘어야 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사전 '교통정리'와 밀실낙점을 통해 후보가 정해졌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불기 시작한 정치쇄신 바람 탓에 한나라당 역시 무풍지대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문 시장과 이 지사 두 사람에게는 불리한 점이다.

문 시장이나 이 지사 두 사람 모두 3선 도전이다. 이번에 당선되면 이들은 11년간 한 자리를 지키게 된다. 당연히 시.도민 사이에 교체 욕구도 없지 않다. 당내에서만도 도전자들이 다수다. 이런 현상은 모두 한나라당 일변도의 지역정서에 기인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두 사람을 포함한 다수의 예비후보들은 공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열렬하고도 치열한 '구애작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내 8개 구.군의 구청장과 군수 그리고 경북도내 23개 시.군의 시장과 군수 선거의 경우도 한나라당 우세 분위기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남구를 제외한 7곳 모두 당 소속 단체장들인 대구의 경우 현직 단체장을 포함한 당내에서의 경쟁에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에 사정이 경북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관심거리는 여기서도 현직 재공천 여부다.

반면 경북은 다르다. 우선 23개 지역의 단체장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이 7명에 그치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강력한 주자가 한나라당 밖에 그만큼 많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당내 예선 경쟁도 치열한데다 독특한 지역적 특성도 있어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비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이 연임을 위해 한나라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영입을 하느냐 아니면 현직을 제외한 사람중에 공천을 하느냐가 고민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일방적 우세라는 판세에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제 1의 변수는 중앙 정치권의 요동이다. 지방선거 이후 대선까지 기간이 약 6개월밖에 안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계개편이 있다면 지방선거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 2의 변수는 대대적인 개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주당에서 대선후보로 영남출신을 내는 것이다. 특히 경북 출신인 김중권 고문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충격파를 던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현역 단체장의 장수에 대한 반발기류가 '바람'으로 변하고 여기에 세대교체의 욕구까지 합세한다면 한나라당내 경선 결과는 물론 선거 전체의 결과 또한 불투명해질 것이다. 물론 아직은 이같은 변수들이 위력을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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