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매일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당선소감-고통스러워도 문학의 길 사랑하

얼마 전 대구에 다녀왔다. 공교롭게도 나와 생일이 같은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러 간 길이었으나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군산에서 대구까지 4시간 30분의 고된 여정과 온갖 상념들로 인한 정신적 피로 때문이었으리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녀와 알고 지낸 지 5년여의 세월, 그러나 우리를 가족처럼 따르는 그녀를 사랑했다. 올 봄 그녀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남편도 없이 아이와 단 둘이서 걸어야 할 길이 가파를 것 같아 조심스레 만류했지만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다. 양수가 말라버린 위험한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의 몸무게는 2kg을 간신히 넘었다고 했다.

피붙이 하나 없는 허허로운 세상에서 갓난아이와 어찌 살까. 아이의 얼굴은 내 주먹보다도 작았다. 엄마 품을 일찍 기억해 버린 아이는 토끼잠을 자면서 엄마가 안아주지 않으면 끝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드는 아이, 모자의 낯빛은 달빛보다 환했다.

힘들게 세상으로 나온 아이를 바라보며 내 소설을 생각했다. 문학의 길이 가파르고 종국엔 양수가 마르는 고통이 찾아와도 내가 낳은 소설들을 사랑하겠다는 다짐, 그것은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의 맑은 미소 때문이다. 그녀에게 있어 아이가 삶의 공기이듯이 나도 소설이 있어 숨을 쉰다. 아이야, 소설아 무럭무럭 크거라.

눈오는 날 고향에서 당선 소식을 접했다. 고마운 분들이 많다. 의식이 건강한 글쟁이가 되라고 가르쳐주신 강형철 교수님, 사랑스런 가족과 정다운 학우들, 곁에서 힘을 주는 친구, 내 소설의 첫 독자인 어머니와 정신적 의지가 되어주는 김재순 선생님, 아울러 내 소설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약력

△1970 전북 군산 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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