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전문인력을 활용하라
◈추진전략
지난해 우리는 IMF 차입금을 모두 갚고 IMF를 졸업했다.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은 외환위기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주력 업종은 침체일로를 걸으며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이에 각 지역은 독자적인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대구.경북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뚜렷한 전략과 비전 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매일신문은 독자적인 지역 발전전략 수립의 필요성 과 실천방안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외환위기와 함께 불어닥친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바람은 우리에게 환골탈태를 요구했다. 고도성장의 신화속에 묻혀 있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사회 각부 문의 비효율과 비능률을 청산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그 고통은 엄청난 국가채무 로 남아 기존 세대에 그치지 않고 뒷 세대들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역시 혹독한 환란의 고통을 겪었고 아직도 시련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그 구체적 지표를 새삼 들춰내 상처를 까발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날을 논의하기도 바쁜 마당에 지난 아픔을 곱씹을 까닭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구 .경북의 경우 그 앞날을 논의할 장(場)과 분위기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95년 민선단체장 선출 후 각 광역지자체들은 앞다퉈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했 다. 그러나 환란앞에 모두 무너졌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달리는 지자체들은 많다. 야심찬 계획아래 지역 역량을 재결집, 침체에 빠진 지역 사회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월드컵 조추첨행사와 아시안 게임을 유치하고 미국 CNN방송에 이미지 광고까지 하며 '국제도시 부산'을 알리고 있다. 이와 더불 어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모터쇼 등 전시컨벤션산업을 통해 환란후 전국 최악 의 실업률을 기록한 부산경제를 되살리고 있다.
대전과 울산도 야심찬 장단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대전은 대덕연구 단지와 과학산업단지를 연계, '첨단 과학산업 특구' 지정을 추진하는 한편 엑스포 과학공원내에 대전애니메이션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2 004년까지 1천개 성공 벤처를 육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울산 역시 자동차, 조선, 정밀화학, 환경산업을 1차 전략산업으로, 석유화학과 신소재 산업 을 2차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식기반 경제에 대 응하기 위해 산.학.관 역량을 결집한 지역산업발전 총괄기구(Regional Developmen t Agency: 가칭 재단법인 울산엔터프라이즈)를 오는 3월까지 설립키로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기구는 지역산업 발전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산업구조 고도 화와 지식정보화 추진, 중소기업의 R&D 과제 조정 등 다양한 기능을 맡을 예정이 다.
반면 대구는 어떤가. 대구시가 지난해 국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에 따르면 대구시는 구체적 발전전략과 전망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음 을 보여준다.
보고서 들머리에 '지난 95년 장기계획인 대구경제활성화계획(1996~2 005)과 97년 중기계획인 대구발전5개년 계획(1997~2001)을 수립했으나 각 부문의 여건이 바뀌는 바람에 기존 장기계획을 그대로 적용하기 곤란해 대구경북개발연구 원의 자문을 받아 가시화된 사업 위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전국 16개 시.도의 보고서중 이러한 '문구'를 들머리에 삽입한 곳은 대구와 울산뿐이었다. 하지만 대 구와 달리 울산은 이유가 있었다. (재)울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한 '울산장기발전계 획'을 수립중이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뒤늦게 올해 예산에 용역비를 반영, 2002 년이후 발전계획을 발주할 예정이다. 계획연도가 시작된 와중에 계획을 수립하는 셈이다.
중기 계획 종료시점인 지난해까지 올해 이후 발전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무얼 뜻할까.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다.
지역 경제사정이 피폐한데다 지하철 건설 등으로 엄청난 지방채 부담을 안고 있는 대구시의 재정여건상 새로운 전략을 마 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여건과 상황이 변했다면 변한대 로 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할 의지라도 보여야하지 않을까. 실현가능한 구체적 전략 을 마련하고 정부 지원을 요청해도 될까말까한 터에 이처럼 무대책인 상태라면 대 구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게으른 학생 숙제하듯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이 담 기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과 구지산업단지 조성, 동대구벤 처밸리.대구테크노파크.소프트웨어 비즈니스타운 조성, 대구테크노폴리스 건설, 기계금속산업 및 컨벤션 비즈니스산업 육성 등 기존 추진사업을 나열하는 데 그치 고 있다. 경북도 역시 대구시와 오십보 백보 차이다.
광역시와 다른 도정의 특성 을 감안하더라도 '경북 새천년 만들기'(2000~2020)구상은 지나치게 허황하다. 먼 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국비와 지방비, 민자 등 총 62조5천700여억원을 투입한다는 재정계획부터 미심쩍다. 연평균 10%안팎의 정부예산 증가추세와 매년 5%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했다고 주장하나 정부가 경북에만 보따리를 풀 리 만무하 다.
더욱이 지역 거점도시인 구미와 포항의 전자와 철강단지의 제품이 성숙기를 넘긴 제품인데다 철강수요의 둔화로 위기를 맞을 조짐인데도 이에 대한 대책은 전 무하다.
발전전략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지역 주력업종을 대체할 신산업의 성장도 아직 미 미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주저앉을 것인가. 김형기 대구사회연구 소장의 얘기부터 들어보자. "대안은 지식기반 산업의 육성뿐이라고 봅니다. 지역 특화산업외에 몇몇 지식기반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 집중 육성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지역 특화산업의 고부가화를 위해 지식기반 첨단산업과 결합하는 '중첩 적 산업구조'로 개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지역 대학이 혁신시스템을 구 축하고 지역사회에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또 국책 첨단연구소를 적극 유치해야 합니다". 대구테크노파크 단장을 역임한 이종현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산지와 녹지를 제외하고 나면 대구시민 1인당 가용면적이 100평도 안 된다"며 "이 좁은 공간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식기반 고부가 산업외 에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식기반의 핵심은 대학"이라며 "대학의 연구실 인력이 산업현장으로 흘러가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이 열려야 한 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전국의 모든 지역이 지식기반 첨단산업 유치를 지역경제 회생의 돌 파구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광역시는 물론 도단위의 중소도시들까지 첨단과 학산업단지 조성, 테크노파크 설립 등을 통해 첨단과학 기술도시, 지식정보산업도 시, 물류유통의 중심도시, 관광.컨벤션산업도시로 부상할 꿈을 꾸고 있다.
대구. 경북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구지공단과 위천단지를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키로 했다.
구미시는 구미4공단에 지식집약형 산업과 연구기능이 연계된 디지털 전자 테크노폴리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포항시도 테크노파크 설립에 이어 BT(생명 공학)와 나노(NT)분야 등 첨단산업 기반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식기반 첨단산업 유치가 화두로 대두했지만 지역에선 이에 대한 구체적 추진방 향이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중구난방, 백화제방이다. 대구는 자나 깨나 '밀라노 프로젝트'얘기 뿐이고 경북은 그저 첨단산업만 유치하면 만사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첨단산업 유치가 말처럼 쉬운가. 아니다. 전국의 모든 지역이 첨단산업 유치에 혈안이다. 특히 모든 여건을 갖춘 수도권까지 공장총량제가 차별정책이라고 반발하면서 첨단벤처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특성에 맞춘 구체적인 첨단산업 유치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첨단기업을 유치 , 첨단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김형기 소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영국 웨일스는 EU와 중앙정부, 지 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지역개발기구(Regional Development Agency)를 설립,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조정자 역할을 맡기고 있습니다. RDA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은 받지만 지역혁신가 그룹으로 구성된 민간자율기구입니 다. 대구와 경북도 RDA와 같은 지역여론을 수렴해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기구 를 만들어야 합니다". 'RDA', 듣던 이름이다. 맞다.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가칭 (재)울산 엔터프라이즈의 다른 명칭이다. 김 소장은 "부산시는 지역대학과 협력 기구를 구성, 부산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대구시에 지역대학과 함께 '지 역혁신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전혀 반응이 없다"며 답답해 했다.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민간자율기구는 딴 살림을 꾸리고 있는 대구와 경 북의 공동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대구.경북 인근의 시.도들은 경북지역 중소 도시와 연계한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포항.경주를 울산의 영향 력 아래에 두기 위해 벌써부터 포석에 나섰다.
울산시는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신설과 언양~경주간 경부고속도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속셈은 뻔하다. 공업도시인 울산, 포항과 관광도시인 경주를 권역으로 항만과 함께 국제공항까지 갖춘 허 브(Hub)도시로 부상하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의 이정인 지역연구실장은 "포항과 구미의 경우 중추관리 기능을 갖춘 허브 도시로 성장하기는 어려우므로 대구가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이어 "첨단산업 분야도 대구.구미.포항이 각기 따로 육성.유치할 게 아니라 포항 이 기초 연구를 수행하면 대구와 구미는 이를 응용, 제품을 생산하는 식으로 보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현 교수는 "에둘러 가든, 바로 가든 대구.경북 이 살 길은 첨단산업 하나뿐"이라며 "장기 발전전략을 세우고 지역의 역량을 총결 집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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