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문중 납골묘 확산

몇 년 전 안동에서의 일이다. 스승이 타계한 뒤 제자들이 빈소 옆방에 모여 밤을 새우며 '매장을 해야 한다' '화장이 좋다'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상주(안동대 임세권 교수)가 아버지의 뜻을 밝혀 결론이 내려졌다.'국토를 잠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데다 어거지 성묘 의무로 자손들을 불효자로 만들기 싫다며 화장 유언을 남겻다'고털어놨기 때문이다.

1998년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평소 지론인 화장을 몸소 실천한 바 있지만, 유교문화의 뿌리가 가장 깊은 고장의 일이어서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0..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례된 뒤부터 화장 풍습이 생겼지만 토장 풍습이 뿌리 깊게 일반화돼 세월의 흐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해마다 묘지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1.2배인 9㎢씩 늘어나 국토 잠식이 심각한 상황이다.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보다 벌써 4.5배의 공간을 더 차지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금수강산'이 '묘지강산'이 돼 가고 있다는 소리도 없지 않다.

0..요즘 새로운 장묘문화인 납골묘(납골당)가 문중(門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연천군 중면에 전주이씨 용장공파 문중의 납골묘가 등장한 이후 전국 50여개 문중이 납골묘를 조성했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문중에서는 어른들을 설득시켜 여러 산에 흩어져 있던 50여기의조상묘를 한곳에 모아 납골당을 세우자 시제에도 평소의 두배가 넘는 참석률을 보였다는 소문도 들린다.

0..'앞으로 20~30년만 지나면 후손들이 이산 저산을 옮겨다니며 조상묘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 가까운거리에 납골묘를 마련할 생각'이라며 서두르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도 복잡한 행정절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현행법으로는 도로와 민가에서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하고, 그 규모에 관계 없이면적도 30㎡를 넘을 수 없도록 돼 있으며, 현질 변경 등에 따르는 서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0..우리의 장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불교계가 잇따라납골당을 설치하고, 매장 원칙을 고수해 오던 성균관(成均館)마저 입장을 바꾼 지 오래다.

어떤 방식이든 장단점이있기 마련이지만 생전의 영화를 죽어서까지 누리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는 자제돼야만 한다.

풍수지리학자인최창조씨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명당을 찾는 것은 풍수의 기본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나고 천리에 반하므로 땅의 이치가 이를 수용할 리 없다'는 주장을 새겨볼 일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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