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8년 북한의 도발에 의한 1·21사태 및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력히 주장,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측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음을 확인해주는 청와대 통치사료가 발견됐다.
이와 함께 1957년 당시 북한군이 핵무기와 유도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미국측의 군사관련 문건과, 1980년 5·17 사태를 전후해 최규하 당시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측은 최근 이승만·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관련한 기록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총 1천302건의 통치사료를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68년 1월 21일 북한의 특수부대인 124군 부대 소속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고 이틀뒤인 1월 23일 미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서 북한 초계정에 의해 납북되자 당시 박 대통령은 2월 5일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에게 친필서한을 보내 "공산주의자들과 대결함에 있어서 평화적인 해결방법 모색은 공산주의자들에게 도움이 될지언정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즉각적인 대북 군사공격 단행을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2월 9일 다시 서한을 보내 "북한에 대한 한국민의 규탄감정은 지금 절정에 도달해 있다"면서 "각하께서 승무원을 구출하기 위한 비밀회담이 앞으로 수차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적어도 다음 사항들에 대한 각하의 소신을 확실히 다짐해야 한다"면서 북한과의 비밀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존슨 대통령을 재차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가까운 시일내에 서울 습격문제를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에 다뤄야 하며 △북한에 대해 서울습격을 시인하고 사과를 받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다짐받아야 하고 △북한이 이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즉각 보복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존슨 대통령은 2월 9일과 2월 28일자 서신 등을 통해 "서울에 파견한 사이런스 밴스 특사가 평양정권의 위협과 침략행위로 야기된 사태에 대한 각하의 우려와 견해에 관해 상세한 보고를 했다"면서도 "본인 역시 이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으나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며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 양국의 입장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은 비공식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다"면서 "박정희, 존슨 대통령간의 친필서한이 발견됨으로써 이런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1957년 미국 군사당국이 작성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보고서'는 "현재 북한 공산군은 핵무기와 유도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the Commnist Forces are now reported to possess an atomic and guided missile capabilities)"고 언급,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1980년 5·17 사태 당시의 최규하 대통령 의전일지에 따르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가 중심이 돼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에 확대하고 민주인사에 대한 탄압을 시작한 5월17일부터 21일 사이에 최 대통령이 공식행사에 참석했거나 각료, 군관계자 또는 민간인을 면담한 기록이 전혀 없다.
이는 당시 최 대통령이 신군부의 위세에 눌려 대통령으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거나 사실상 외부와의 접촉이 철저히 차단돼 있었음을 입증하는 자료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청와대가 발견한 역대 대통령 기록물에는 역대 대통령 공식 외교문서철 123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공식행사 녹음 테이프 719점, 김영삼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 460점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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