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주일 효과'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코미디언 이주일이 이 세상에 떠올린 유행어다. 80년 TBC의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에 출연하면서 어느날 나온 이 유행어는 이주일을 '국민 코미디언'으로 자리잡게 한다.

단 2주일(2週日)만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고 해서 이름도 '이주일'로 바꿨다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정말 못 생겼다'는 용모와 함께 코믹한 연기는 서민들의 가슴을 울리고 웃기면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국민들이 스스로 위로를 받을만큼 평범한 얼굴은 전두완 전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송출연을 한동안 하지 못했다.

▲본명 정주일. 그가 삶의 과정에서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주목을 받았다. 지난 90년대 초 코미디언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은 의외였다. "코미디언이 무슨 정치냐"는 조금은 따가운 시선을 제치고 92년 국회의원에 뽑히기도 했었다.

정치계 투신의 계기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권유가 결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 정치인 정주일이 연예인 이주일로 돌아가면서 토로한 말이다. 그말은 정치와 개(犬)사회의 닮은 점이 'X판'이라는 절제된 의미도 담겨있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 담배를 끊읍시다". 암투병중인 이주일이 병상에서 한 호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담배 판매량이 5%나 줄었고 금연제(劑)등의 판매가 20~30%나 늘어 났다니 '폐암환자 이주일'의 또다른 변신이다. 어느덧 62세가 된 이주일의 마지막 역할일는지도 모른다.

국립암센터와 자택(경기 성남시 분당)을 오가며 치료중인 이주일은 "그동안 담배를 끊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고 했다. 땅을 치고 싶은 심경의 표현이다. 건강할때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경고의 뜻도 들어 있다.

▲인생의 아름다운 퇴장은 누구나 가질 목표지향점이다. 삶의 끝막음 즈음에 되돌아 보는 인생역정은 아무래도 회한(悔恨)이 없다고는 못한다. 폐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이주일이 보여주는 인생 마지막 역할은 우리에게 '산뜻한 퇴장'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지방선거, 대선을 앞두고 고위전직자(前職者)들이 벌이는 행태(行態)는 어쩐지 노욕(老慾)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퇴장'은 과대망상을 버리는 일이 최우선이 아닌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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