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항문병

나폴레옹은 치질로 고생했다. 거머리를 항문에 갖다 대 치료를 해보기도 했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것은 말안장에도 앉기 힘들 정도의 통증을 일으켰던 치질 때문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치질은 왜 생기나?=치핵 치열 치루 등 항문에 생기는 병을 통틀어 치질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가장 흔한 것이 치핵이다. 항문에는 대변이 나올 때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장치가 있다. 이 항문 쿠션의 혈관이 확장되고 점막이 늘어나고 커져서 아래로 밀려 내려온 상태를 치질이라고 한다.

지구 중력으로 사과가 떨어지듯 나이가 들면 혈관을 지탱하는 항문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 생길 수 있다. 항문을 포함한 골반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거나, 변비나 잘못된 배변 습관으로 인해 변을 볼때 힘을 많이 주거나, 무거운 것을 들거나 오래 서 있거나 하면 항문 혈관이 충혈되고 점막이 아래로 밀려 빠져나올 수 있다. 임신중에 치핵이 잘 생기고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질수술에 관한 헛소문='치질수술을 하면 통증이 심하다', '재발한다', '변이 새어 나와 기저기를 차고 생활해야 한다' 등 치질수술과 관련한 소문이 많다.

몇년전만에도 의사들이 치질은 병 취급도 하지 않아서 대학병원에서 치질환자는 서자취급을 받았다. 대다수 의사가 수술을 기피했기 때문에 수술 능력이 부족한 수련의들이 치질수술을 도맡아 했다.

그렇다 보니 치료성적이 좋지 않아서 수술을 했다하면 재발했고 그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치질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주변에 수술을 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였다. 치료 받을 병원이 없었던 환자들은 돌팔이에게 수술을 맡기거나 민간요법 등에 의존했다. 항문을 썩게 하는 부식제를 주사기로 괄약근에 잘못 주입해서 항문이 막히거나 줄줄 새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치질수술 전문 클리닉이 속속 들어서고 있고 치질환자는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수술경험이 많은 대장항문 전문 병.의원만 찾는다면 재발이나 그렇게 심한 통증 걱정없이 완치될 수 있다. 보통 2,3일이면 퇴원하고 1주일 정도면 직장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꼭 수술해야 하나=많은 사람들은 치질은 모두 수술로 치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치핵의 대부분은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치핵은 항문 윗쪽부위(치상선 윗쪽)에 생기는 내치핵와 아랫쪽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뉜다. 대부분 치핵은 내.외치핵 혼합형으로 발전한다.

치핵은 그 진행정도에 따라 4기로 나뉜다. 점막이 항문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은 상태를 1기, 배변시 콩알만한 치핵이 빠져나왔다 저절로 들어가는 2기, 손으로 밀어 넣어야만 들어가는 3기, 항상 빠져 나와 있으면 4기로 분류한다. 1,2기 치핵은 온수 좌욕을 하거나 연고나 좌약을 바르는 약물요법, 섬유질이 많은 식사를 하는 등의 식이요법으로 많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 출혈이 너무 심해 빈혈이 생긴 경우 △ 배변후 항문이 밀려나와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경우 △쪼그려 앉거나 걸을 때도 빠져 나올 경우 △ 배변시 피가 주사기로 밀어내듯 뻗쳐 나올 경우 △ 활동중 계속해서 속옷에 피가 나올 경우 △통증이 심해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때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또 항문 안쪽에 구멍이 생겨 진물 고름 변 등이 새어나오는 치루나, 배변시 항문 점막이 찢어져 생긴 치열이 3개월 이상 계속될 때도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구자일(구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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