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눔과 사랑 그리고 희망 자원봉사(6)-비행청소년 자원보호

비행청소년 교화시설인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작은 등불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태(49)씨에게는 아들·딸이 400여명이나 된다. 부모가 없거나 의지할 곳이 없는 청소년들을 맡아 키운지 벌써 16년이 된 셈.

지난 86년 대구소년원생들에게 자원봉사하러 갔다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다시 죄를 짓고 소년원에 들어오는 것을 딱하게 여긴 김씨가 한 청소년의 '대부'로 나선 것이 '작은 등불의 집'이 생긴 계기가 됐다.

"밤업소에 나가 출장밴드일을 하면서 10여명의 아이들을 혼자 키우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았죠. 하지만 이 곳을 거쳐간 아이들이 명절이나 생일때 잊지 않고 찾아올 때면 몰래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용기를 가지게 됐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김씨의 진심어린 사랑에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버림받다시피 커 왔기때문에 비뚤어진 생각을 바꾸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는 김씨는 가출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에 김씨처럼 비행청소년을 돌보는 자원보호자는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에 소속된 회원 100여명과 보호소년지도위원회 자원봉사자 130여명 등이 있다. 하지만 IMF 경제난이후 가정붕괴로 인해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면서 청소년 범죄도 덩달아 증가추세에 있지만 이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그동안 자진해서 청소년들에게 컴퓨터 등을 가르치려고 방문하는 지역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꾸준히 늘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지만 요즘은 심각한 취업난 영향때문인지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또 사람들이 '문제아'라는 사회적 선입관 등으로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10여년동안 매주 두번씩 대구시 동구 신암동 대구소년분류심사원에 종이접기 강사로 나가는 최미경(43·여·대구시 달서구 송현동)씨. 수십여명의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라는 이미지보다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최씨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친자식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지난 94년엔 아이들과 함께 종이로 만든 작품을 동아백화점에 전시하는 등 사는 보람을 많이 느껴 동생 성미(34·여)도 이 일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년분류심사원 관계자들은 북구 읍내동 읍내정보통신중·고등학교(구 대구소년원)에 가기전 아이들이 한달간 심사를 받는 이곳에서 최씨 자매의 노력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종이접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는 것.

대구소년분류심사원 한 관계자는 "한때 실수로 이곳에 오는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사회의 좋지 않은 모습만 보고 자란 아이들"이라며 "비행청소년이라는 잣대로 편견 및 선입견을 갖지 말고 아이들이 사회의 밝은 면을 볼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뿐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따스하게 보살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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