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사행성 오락기 다시 성행

16일 오후 7시쯤 대구시 남구 영대네거리 부근 한 오락실. 직장인 이모(29.수성구 황금동)씨가 2시간째 '파친코게임'(일명 릴게임)에 빠져 있었다. 이씨는 소형액자, 시계, 휴대폰 등 점수에 따라 경품을 제공하는 이 오락기에서 3만원을 잃고 있었지만 자리를 털지 않았다.

이 게임은 지난해 말부터 점수·배팅액수·확률 조작이 쉽고, 환전 말썽이 많아 당국이 금지시킨 불법 오락. 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게임에 대해 등급재심사를 통해 사용금지결정을 내리고, 기판분리가 어려운 고정식 화면의 신형 오락기로 교체토록 했었다.

같은 날 영대네거리 부근 3개 오락실 중 2개 오락실 또한 여전히 이 게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한 오락실은 릴 게임기 20대 중 신형은 3대뿐이고, 나머지 17대는 구형그대로였으며, 오락기 14대 전부가 릴 게임기인 다른 오락실은 단 한 대도 교체하지 않고 있었다.

또 다시 불법 사행성오락이 성행하고 한탕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대구시내 6백수십군데의 성인오락실 가운데 파친코를 본 딴 이른바 릴게임 불법영업이 공공연하며, 지난해부터 들어선 복권전문판매업소는 현재 30여곳으로 늘어 저녁무렵 마다 20,30대 직장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정부의 조치에 따라 각 구청은 성인오락실 빠찡꼬 게임기를 교체한 업주들에 한해 새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하면서 이를 어긴 업주는 영업정지 1개월, 2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오락실들은 대당 200만원의 교체비용 부담을 들어 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특히 구형 릴게임기는 100원짜리 동전을 사용하는 점 때문에 손님이 몰리자 단속을 비웃으며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말 20여대의 구형 릴게임기를 폐기처분하고 1천500만을 들여 신형 오락기 7대를 들여 놓은 오락실 업주 박모(40)씨는 "불법오락기를 여전히 사용하는 인근 오락실 때문에 손님이 절반이하로 줄어 들었다"며 "구청에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단 한번도 단속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위반 업소들은 항상 손님이 들끓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일부는 특정 시간에 과도한 경품을 거는 불법 사행영업을 버젓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워낙 오랜기간 뿌리내린 게임물인데다 업자들이 지난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반발이 커 적극적인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시 차원에서의 오락실 업소 전체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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