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고교 평준화 유지가 옳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교 평준화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하는 등 현행 교육 체제를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해 제기돼 거센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1974년부터30여년 동안 유지해온 현행 고교 교육 정책을 전면 부정하면서 사립학교의 자율성 보장 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2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금융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 등 국내 16개 민·관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내달 중 확정 예정인 '비전 2011 프로젝트' 최종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사교육비의 지속적인 증가로오히려 당초 도입 취지인 형평성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게 주장의 근간이지만 이 같은 발상에는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평준화 정책은 다양성 확보 미흡 등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류병 해소, 사교육비 축소, 중등교육정상화 등을 목표로 단행되고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 틀을 깬다면 획일적인 입시 경쟁이 과열되어 학생 건강도 엉망이 되고, 또다시 입시 성적에 의한 고교 서열화를 부르게 될 것이다.

고교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막고,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능력에 맞는 교육 선택권을보장한다는 명분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성적만능주의' '학벌주의'가 더욱 심각해져 학교 교육이 황폐해질 것도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 않은가.

한 나라의 교육정책은 근본적으로 국민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소수 엘리트를 기르기 위한 정책은 특목고·활성화 등을 통해 별도로 해결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빈부와 도농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전국적으로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정책의 우선 목표를 둬야 한다는 논리도 거기에 근거한다.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에 비춰볼 때 고교 평준화의 틀은 국민 정서가 바뀔 때까지는 유지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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