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 '열정의…'한강 '그대의…'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두 여류작가의 같은 주제의 그러나 상반된 분위기의 소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하나는 서른 일곱의 세여자가 펼치는 생명력 가득한 에로티시즘이다. 그것은 솔직한 성의 에너지로 후끈하다. 하나는 평범하고 불균형한 그래서 벗겨놓으면 낯설게 보일 것 같은 여체를 작품화하면서 다가오는 낯설고도 묘한 그리움. 그것은 결코 뜨거운 열정은 아니다.
그러나 두 소설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진실된 사랑이다.전경린의 '열정의 습관'(이룸)은 그동안 금기시 되어온 여성의 성적 욕망을 직시하면서 이를 적나라하게 발설하고 있다. 육체에 대한 감각적이며 섬세한 직관과 통찰이 돋보인다.
전경린 특유의 매혹적인 문체로 써 내려간 이 소설은 성에 관해 지나치게 탐닉적이거나 냉소적인 혹은 건전한 쪽에 선 세 주인공들의 자의식 탐색기이자 남성 편력기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원하는 성과 사랑'이란 주제로 일간지에 연재됐던 여성작가 릴레이 소설의 첫 작품으로, 남성작가들의 일방적인 욕구분출과 관념화 된 성에 대해 신선한 반격과 해체를 시도한 제목만큼 강렬한 이야기이다.
한강의 장편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과 지성사)은 이에반해 서늘한 사랑 이야기이다. 슬픈 아름다움이랄까. 삶의 고단함과 속깊은 상처의 쓰라림을 작품 속에 아로새겨 온 작가는 이번 장편에서 시종일관 서늘한 시선으로 거짓 웃음과 육체의 탈 속에 가리워진 삶의 생채기들을 더듬으며 아픈 진실에 다가서고 있다.
이번 작품은 또 액자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어 그 독특함을 더한다. 액자 속 화자인 조각가가 두 여주인공을 대상으로 라이프캐스팅(인체를 직접 석고로 떠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만들어 가면서 여체의 껍데기가 벗겨지며 드러나는 삶의 은밀한 비밀과 슬픔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작가는 늘씬하고 멋진 삶 보다는 일그러지고 어긋난 삶의 균열을 응시하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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