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비대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 구석구석에 음지(陰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국민적 과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1일 국내 지하경제 규모(95년 현재)는 52조1천억원으로 국민총생산(GNP)의 14.3%에 달한다고 분석했지만 국민들의 체감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지하경제는 측정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문제는 90년대 이후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90년 13.9%에서 5년만에 0.4%포인트 높아졌으며 96년부터는 부가세 간이과세제가 도입돼 탈세 증대로 지하경제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KDI의 분석대로 지하경제가 14%대라면 이는 거의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자유기업원은 지하경제 규모를 98년 기준으로 GNP의 26.1%(약 115조원)로 보고 있으며 외국 전문가들은 30~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수치 제시가 아니라도 국내 지하경제 규모가 대단하리라는 것은 쉬 짐작할 수 있다. 대형 비리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세상인데다 권력 끄트머리라도 쥐고 있으면 온갖 이권에 휘말리는 마당에 무슨 수로 '조세 정의'가 실현되고 '경제 형평성'이 달성될 수 있단 말인가. 고소득이 확실한 전문업종 종사자는 물론이고 지도층까지 탈세.탈루가 보편화 돼 있는 눈먼 세상이라 국민은 KDI의 수치를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지하경제 규모는 한 나라의 투명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소득 원천이 명확히 밝혀지고 시장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면 지하경제가 숨 쉴 공간이 없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90%가 한국을 '부패한 나라'로 보고 있으며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한국이 늘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지하경제의 규모를 줄인단 말인가.
지하경제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병리 현상이다.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여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지하의 그늘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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