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과학기술=국력'

우리 사회는 신문보다 TV를, 수학책보다 소설을, 소설보다 영화를 선호하는 풍조로 물들고 있다. 그때문에 '인문학의 위기' '기초학문의 위기'에 이어 '이공계 학문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학.의학.경영학 등 입시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는 위기론이 없다. 대학 사회에서 거론되는학문의 위기는 지원자가 줄어 해당 분야가 고사할 지도 모른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역할과 중요성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보호 학문'으로 지정해 발전을 유도하는 게 옳지 않을까.

0..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통념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TV나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정치인.고급관료가 아니면 연예인과 운동선수다.

청소년의 우상 중에는 과학기술자가 거의 없다.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숨어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손쉽게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추세이지 않은가.

0..과학기술 인력이 크게 모자라 우리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더구나 IMF 체제 이후 고용불안이확대되면서 이공계 대학 지원자들이 크게 줄어들어 향후 수급 전망은 더욱 어두운 형편이다.

특히 올해 대학 입시에는 인문계 학생의 자연계 지원이 되레 유리한 교차지원의 악영향까지 미쳐 그 지원자가 인문계의 절반에 그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70, 80년대의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과학기술 인력의 역할을 떠올리더라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0..이 문제를 두고 젊은 세대들을 탓할 일만은 아닌 듯 하다. 우수 인력을 과학기술 분야로 끌여들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정부의 인식과 인력 수급정책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정부는 이제야 그 심각성을 깨닫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대학 입시에 자연계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이들에 대한 병역 특례를 확대하고, 학비 부담을 줄이며, 교차지원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종합대책을 올 상반기 중에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0..전후 독일과 일본의 부흥이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의 대량 양성에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바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IT 인력을 중심으로 한 우수 과학기술 인력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국내 양성으로 부족해 외국인 취업 비자 발급 제한을 철폐하고 세금을 깎아 주는 등 온갖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21세기 국력은 과학기술의 힘에 달려 있으며, 현대사회를 '기술패권주의 사회'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지원하도록 하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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