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속 이야기-김기덕 감독 논쟁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를 보러 극장엘 갔다. 3명의 남녀와 함께였다. 보고난 소감이 궁금했다."정말 그놈(한기) 나쁜 남자데". (A)

"서로(한기와 선화)를 놓아주는데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영 황당하게 끝나 버리네".(B)"야 저거 영화맞나".(C)

한마디씩 하더니만 입을 닫는다. '독특한 뭔가'가 있는 것은 같은데 판단을 내리기는 역부족인 그런 표정들이다.사실 이게 김기덕 영화에 대한 반응의 주류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지금껏 7편의 영화를 찍은 김 감독의 작품이 나올라치면 '저게 뭔가'를 두고 으레 영화 밖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한 여자가 어떤 남자때문에 창녀가 됐다가 처음 자리로 돌아간다. 일반 관객들은 이쯤이면 대충 영화가 종료되겠거니하는데. 그런데 둘은 다시 만나 트럭을 빌려 여자가 몸을 팔고, 트럭이 길을 떠나는데 찬송가가 흐르는 것으로 막을 내리니….

짙은 회화적 이미지와 함께 엽기적이고 끔찍한 특징을 지닌 김 감독 영화가 급기야 '나쁜 남자'에 이르러선 그의 정신상태마저 들먹일 지경이다.

어떤 사람이기에 아주 '못된 상상력'을 가져야만 가능한 '나쁜 남자' 따위 영화를 만드냐는 것이다. 여성관객과여성평론가에게 그가 만든 영화들은 특히 격렬한 비난 대상이 됐다. '나쁜 남자'이전엔 '수취인 불명'과 '섬' 등에서 그는 유난히 여성성기에 집착하며 못 살게 군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자기가 추구하고 있는 작품세계를 당당하게 보여주고 평가받는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에 대한 이익을 내야 하는 영화세계 아니던가.베니스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을 수 있는 것도 그의 영화가 추구하는 그 무엇이 평가받기 때문일 것이다.

"내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다이너마이트 구성이라고 그래요. 하나가 불이 붙어서 터지면 그 옆에 것이 연속작용으로 불이 붙고, 이야기가 끝나나 싶으면 그 전에 약간 복선을 깔아 놓은 것들이 툭툭 연결이 돼서 뭘 봤는지도 모르게 끝까지 보게끔 만들고…".

김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한 말이 마치 나와 함께 한 관객 반응을 들은 듯 판박이다. 그는 그러나 "욕 먹는 것이 그렇게 뭐 불이익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욕도 안해 주는 영화가 얼마나 많아요.그럴수록 한술 더 떠야지. 그럴수록 김기덕은 더 사악해 집니다"고 너스레다.

더 사악해진 영화 '나쁜 남자'가 크게 히트치면서 그는 이제 연봉 2천만원의 가난한 감독에서 수억원을 버는 영화감독이 될 참이다. 배홍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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