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엔 바람 잘 날이 없다. 온갖 '게이트'로 국민들이 밥맛을 잃은 판에 이번엔 정세현 신임 통일부장관이 느닷없이 방송심야토론장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남한 공격용이 아닐 것"이라는 엄청난 실언을 해버려 국내외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미국이 휴전선에 배치해놓은 북한 재래식 병기의 후퇴를 대화조건으로까지 내놓고 있는 판국에 일국의 장관이 '북의 생화학무기는 체제방어용 또는 강대국 협상카드용'이라고 무책임한 발언을 늘어놓았으니 한·미간에 북한을 보는 견해의 차이가 커도 이만저만이 아니요, 또한 우리국민들인들 이런 장관, 이런 정부를 믿고 편한 잠을 잘 수가 있겠는가.
알려진바 현재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량은 최대 5천t으로, 한·미 양국군 모두 개전(開戰)초기 북한의 사용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때거리'가 없어 허덕이면서도 휴전선 전후방에 배치해놓은 수백발의 미사일과 대포가 대남(對南) 공격용이 아니라면 정 장관은 도대체 북쪽 장관이란 말인가 남쪽 장관이란 말인가? "이런 위험한 낙관론과 현실감각 없는 이상론은 국민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정 장관은 백번 들어도 싸다.
통일부의 변명대로 정 장관 발언의 뜻이 그런 것이 아니길 바라지만, 당장 한·미간 대북정책의 조율을 눈앞에 둔 미국이 정 장관의 발언을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할 경우 양국관계의 불협화음은 해소하기 어렵고, 우리가 갈망하는 남북대화를 통한 교류활성화도 냉기류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남북교류·평화공존의 문제가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점에서 현재 미국이 취하고 있는 일방적인 대북강경책에 불안해하는 국민들도 적지않고, 또 그만큼 눈앞의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떳떳하게 주장해야 할 사안과 설득할 대목이 적지않을 것이다.
부시대통령의 대북강경발언 정보에 귀막고 눈감은 주미대사관 등 우리외교팀의 대통령보좌도 도마위에 올라있는 판에 남·북관계를 책임진 통일부장관마저 헛발질을 해서야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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