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구담습지

안동.임하댐에 갇혔다가 하회마을을 돌아, 남은 600리를 흐르기 위해 낙동강이 숨을 고르는 곳. 안동에서 상주로 가는 길목인 안동시 풍천면 구담장터 부근 낙동강 양안 사이에 있는 구담습지는 20여년전만 해도 은모래 위로 강물이 흘렀던 곳이다.

보리이삭이 누렇게 익을 때면 어김없이 은어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왔지만 지금은 더벅머리 같은 갈숲과 들죽날죽 허리굽혀 자란 버들밭이 빼곡하다.

이 곳은 안동.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상류로부터 모래유입이 중단됐고 모래는 한줌씩 씻겨 내려갔다. 자연히 은어도 자취를 감췄다.

곧이어 온갖 퇴적토가 쌓이면서 강속에 섬이 만들어 지고 볼품없는 잡목과 잡초들이 뿌리를 내렸다. 아름답게 흐르던 강이 정체된 구담습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7km의 길이에 70만평, 다소 황량하게 변했지만 지금은 소중하고 유익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안동대 정규영(생명자원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탐사때 생성 기한에 비해 구담습지의 생태구조가 매우 안정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양댐과 안동시내에서 흘러들어온 오염된 물이 이곳을 거치면서 걸러지고 정화돼 낙동강 수질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정교수팀의 탐사결과 이곳에는 한국특산식물 2종과 왕버들 등 131종의 관속식물이 분포돼 있고 원앙이와 황조롱이, 환경부 보호종인 물수리 등 45종의 조류와 희소종인 표범장지뱀 등 10여종의 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류는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와 한국고유종으로 희소종인 납지리와 각시붕어.쉬리 등 31종이 발견되고 환경지표동물인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탐사팀은 구담습지의 가치를 완벽에 가까운 자연 생태계와 1급 수질, 100년에 걸쳐 형성되는 생태계의 천이가 단 20년 사이에 압축적으로 나타난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매년 장마철마다 습지가 강물 흐름을 막아 제방이 범람, 인근 농경지와 가옥이 상습수해를 입어 습지철거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결국 안동시청은 1999년 수억원을 들여 습지의 수목을 제거했다. 이때 광덕교~구담교 사이 습지의 버드나무 대부분이 잘렸고 갈숲은 불태워졌다.

주민들은 굴삭기로 습지를 통째 들어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생태환경 보호와 하천치수의 명분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조점현 풍천면장도 "예산만 확보되면 습지 철거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반면 정교수는 안동.임하댐이 존재하는 하천구조상 구담에는 자연적으로 습지가 형성되기 때문에 습지와 주민이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가와 공무원, 주민이 참가하는 자문기구발족과 하회마을과 연계해 생태공원이나 자연학습장으로 조성, 자연스럽게 보전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숱하게 주변환경을 파괴한 안동댐과 임하댐이 만들어낸 습지가 다시 파괴될 위기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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