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토크-재미있는 시립극단이 되려면

대구과학대 이상원 교수가 지난 1일 제2기 대구시립극단 감독으로 취임했다.신임 이 감독의 나이가 42세이고, 초대 감독을 지낸 55세의 이영규 전 감독과 이를 견주면 이제 지역극단의 맏형격인 대구시립극단이 10년 이상 젊어진 셈이다.

지난달 말 내정돼 위촉 절차를 밟는 기간동안 이 감독은 주변 연극인들과 문화행정관계자 등 주변에다 시립극단 운영의 요체로 '재미있는 시립극단을 만들겠다'고 줄곧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50대의 엄숙주의를 벗어나 40대로서의 차별화를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 말엔 우선 재미있는 연극을 올려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즐기도록 하겠다는 것과, 단원은 물론 나아가 일반 극단 관계자들 모두가 연극계에 몸담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재미있게 연극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담겨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실 21세기의 주요 화두중 하나가 '재미'이기도 하다. 일본의 명문 도쿄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이 만화책이라는 최근 보도도 그래서 재미있다.이 감독은 그같은 '공약'을 5일 연기훈련 프로그램의 하나로 댄스 스포츠 강좌를 개설하는 것으로 가시화했다.

그런데 그 첫 단추가 여물지 않았던 모양이다.당초 시립극단 단원은 물론, 일반 극단 배우에다 일반인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무료 열린 연기교실'을 열겠다고 언론에 자료를 배포했지만 뒤늦게 예술단 사무국과 협의가 이뤄지면서 장소 협소 등을 이유로 제동이 걸렸고 반나절만에 일반인 참석이 배제됐다.

물론 그같은 변동사항을 또 다시 언론사에 '타전'하는 번다함을 치러야만 했고…. 경박하지 않은 재미를 표방하되 진행 과정의 엄숙주의가 필요함을 깨우친 작은 해프닝인 셈이다.

다양한 무대실험에 능한 이 감독은 오는 5월쯤 선보일 시립극단 봄 정기공연 작품을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다 올리던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 국채보상공원이든 두류공원이든 탁 트인 열린 공간에서 갖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료 입장권을 소지해야만 하는 정기공연이기에 그같은 열린 공간이 부담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이번 작은 해프닝이 재미를 우선으로 한 40대의 그에게 '소금'이 됐으면 싶다.

배홍락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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