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말 KDB(한국디지털위성방송)가 위성방송 독점사업자로 선정된 후 올 3월 본격적인 위성방송 시행을 앞두고 있다.KDB는 조기 가입자 확보라는 상업적 목적을 위해 세계 어느 나라도 실시한 적이 없는 지상파 중앙3사(KBS, MBC, SBS)의 방송을 위성 동시재전송하려고 했다.
만일 중앙 지상파방송이 위성을 통해 전국에 동시 재전송된다면 지역 방송사는 광고판매와전파료의 감소, 지역 프로그램의 위축현상 등을 겪게돼 고사할 것이다.
결국 여론 수렴과 정보전달을 중앙 방송이 독점할 것이고 이는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에도 역행하는 조치가 될 것이다. 단지 지역방송 생존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지역 문화의 고사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KDB측은 디지털위성방송이 국책전략산업임을 내세워 중앙지상파방송의 동시재전송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위성방송과 지상파 방송은 존립 근거부터 다르다
. 지상파 방송은 공익성과 공영성을 존립 목적으로 삼는 반면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은 시청자의 채널만족을 존립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위성방송은 최적의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콘텐츠 부족을 이유로 지상파 동시재전송을 허용한다면 위성방송의 조기시행이 성급한 방송정책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성방송의 조기 실시를 전면 재검토하거나 취소해야 할 것이다. 일부 시청자 단체는 '시청자의 다양한 채널접근권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역방송은 그에 앞서 보호, 육성될 가치가 있다. 지역이 고사하면 지역민이 자신들의 삶의터전을 잃게되는 것처럼 지역방송이 고사하면 우리 얘기, 우리 주변의 모습을 담아 줄 그릇을 잃는 꼴이기 때문이다.
지역 시청자들 중에는 '지역방송도 경쟁력을 키워 잘 만들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방송은 중앙방송에 대해 근원적으로 불평등한 종속구조 속에 놓여 있다.
지역방송은 중앙방송과의 경쟁에서 중앙편중이라는 지역이 처한 열악한 여건상 이겨낼 수도 없을 뿐더러, 중앙방송과 지역방송은 서로 경쟁관계로서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발전해나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지방분권운동의 의미가 지방을 살리자는 것이듯이, 지역방송활성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지역방송에 대한 지역민들의 애정이 더욱 절실하다.
심윤철(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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