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이나 도약현장(7)-저장성 이우시 小商品城

중국인의 상술은 유태인 뺨친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인의 상술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상인(商人)이라는 말도중국고대 상(商)나라 사람에서 유래된 것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의 유통시장을 넘보고 있다.까르푸와 마크로 월마트 등 세계적인 할인점들이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잇따라 입성하면서 중국유통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10만여개에 이른다는 중국의 도매시장 최대의 경공업제품 시장은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의 소상품성(小商品城)'이다.

이우는 상하이에서 기차를 타고 항저우(杭州)를 거쳐 남쪽으로 4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다.1천105㎢의 면적에 상주인구가 67만여명에 불과하지만 이우시의 2000년 경공업제품 교역액은 195억위안(인민폐)으로 11년 연속 중국 10대시장 중 1위를 지켰고 지난해는 280억위안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한의 한정가(漢正街), 푸젠(福建)성의 스스(石獅)와 더불어 중국의 3대 도매시장으로 꼽히고 있는 이우는무역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이우시는 도시 전체가 도매시장으로 구성돼 있고 상주인구의 대부분도 시장상인이거나 관련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2000년 말 현재 등록된 개인사업자가 5만8천여명, 종업원은 11만3천명이다.

'소상품성'은 우리나라의 청계천이나 동대문같은 시장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액세서리에서부터 양말, 수건, 완구, 문구, 안경, 의류 등 전문도매시장이 차례로 펼쳐진다. 소상품성의 규모는 50만㎡에 2만7천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고 유통되는상품의 종류는 10만종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도매시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하루 평균 16만여명의 고객들이 이곳을 찾는다.이우에서 나가는 화물만 하루에 트럭으로 200여대분(3천여t)에 이른다.

한국에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경공업제품은 대부분 이곳에서 수출된 것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90년대 초반 한국으로 몰려왔던 러시아 보따리상이 찾아 나선 곳도 바로 이곳이다. 세계 120여국가와 거래하고 있으며 2000년도 수출액이 50억위안이었다.

◇이우의 성장배경

연안도 아니고 대도시도 아닌 이우가 이처럼 중국최대의 도매시장으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이우에 잡화도매시장인 소상품성이 개설된 것은 지난 82년.

개혁개방이후 이우시정부는 '상업을 제창하여 이우시를 새롭게 건설하자'는 전략을 내세워 유통시장 활성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자본주의식 사유경영체제를 다른 도시보다 앞서 도입했고 박람회도 열어 투자유치에 힘쓰면서 이우는 전국에서 가장 큰 공산품 교역중심지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매년 10월 이곳에서는 중국최대의 잡화박람회가 열린다. 지난해 박람회에서는 50억위안이 성사됐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우가 이처럼 교역중심지로 급속 성장하게 된 것은 상하이와 광저우, 선전 등 연안지방의 경제력을 내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중국정부의 점진적인 경제개발정책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이우 한인상회의 문일성 회장은 "이우에는 인근지방의 상품뿐만 아니라 내몽고에서도 상품을 싣고 온다"며 "이우는 중국전체의 유통시장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문 회장은 "중국의 물류비용이 아직은 비싸지않기 때문에 이우가 중국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제6회 '소상품박람회'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50여국가가 참가했으며 계약액이 1억2천275만달러에 달했다.

이우는 이제 중국최대의 유통시장으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재작년 남아공에 진출한데 이어 싱가포르에도 비슷한 시스템의 도매시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우의 경쟁력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소량주문생산 시스템이 이우의 최대경쟁력이다.이우에서는 주문만 내면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소량으로 빠른 시간내에 만들어 준다. 또 내수시장이 워낙 크다보니까 뭐든지 만들기만 하면 팔릴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물품구색이 가능하다는 점도 경쟁력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상하이와 닝보(寧波), 항저우 등 인근 대도시와 사통팔달로 연결된 도로망과 철도, 중국 주요도시로 연 결된 항공편 등의 인프라도 이우가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었다.

이와 더불어 이우의 소상품성(sunbu.com)은 전세계와 전자상거래까지 가능할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이우시장 상품의 품질도 수출품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면서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교역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우시 주변의 공업개발구는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고 있다.

교역액이 확대되면서 늘어나는물류비용때문에 액세서리 등 대부분의 잡화는 이우시 주변공업구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재 이우에는 1만4천여개의 제조업체가 있으며 특히 의류, 완규, 인쇄, 문구, 액세서리에 관련된 기업들이 많다.

물론 이우가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않다. 세관과 보세구역이 없다보니까 세계적인 유통시장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최대의 도매시장이라는 명성만큼 이우는 가짜상품의 집산지라는 오명도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WTO가입을 계기로 중국정부와 시정부가 가짜제품을 적발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2-02-14이우시는 60만평 규모의 새로운 '소상품성'시장을 조성, 오는 10월 소상품박람회가 열리기 전까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여기에 한국관도 마련될 예정이다.

글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 이경훈기자 tab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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