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태의연한 TV 설날 특집

'그때 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사람들은 흔히 과거를 회상하며 다른 삶을 꿈꾸곤 한다.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어릴 적 그대로의 자신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지금과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똑같은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것은 각각의 시점에서 아무리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막상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한결같기 때문이다. '너는 이것을 선택해야 해'.

사람마다 즐기고 좋아하는 기호감성은 다르다. 그것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자질이 개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하지만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공통된 기호감성을 가지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대대로 같은 땅에서 사는 이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일까. 초등학교 동창회가 가장 활발하다. 그것도 시골 초등학교 동창회가 더 잘 뭉쳐진다.

우리 민족이 유별나게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도 그렇다. 그날은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친지들과 친구들을 만나서 감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겪은 일들과 취하는 행동들이 나와 너무나 닮아서다. 설날은 추석과 함께 TV로서는 최대의 성수기.

하지만 우리나라 TV프로그램은 특집이라는 무늬만 화려할 뿐이다. 시청자가 설날에 지니는 감성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이 만나는 이들과 나누는 감성시간까지도 빼앗는다.열거하기도 지겨운 서커스, 씨름대회, 외국인 장기자랑, 트로트가수 대결, 성룡 액션 영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 특집 프로라는 이름으로 안방을 차지했다.

사실이지 그 동안 숱한 사람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었다.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고 미리부터 특집을 준비하라는 명쾌한 주문도 했다.

하지만 방송사는 꿈쩍도 않는다.올해 유일하게 달라진 게 있다면 어린이를 동원한 프로다. 연휴 첫날 KBS '아침마당'은 트로트로 띄우는 새해인사라는 부제를달고 어린이들에게 트로트를 부르게 했다.

MBC는 '별난 재주 별난 아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가수 조성모를 모창하는어린이를 천재라며 칭송했다.

오래 전 일부 기독교인들은 대중문화는 '악의 화신'이요 '사탄의 도구'라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TV는 하찮고 위험한 도피적 오락'이라는 이들이 있다.

설날 특집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때로 하찮을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으나 둘 다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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