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입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좌절과 실망을 안긴 채 끝이 났다.이로 인해 자신의 시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합격자 발표가 나기도 전에 학원으로 달려가일찌감치 재수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고3 진학을 앞둔 재학생들은 작년 수험생들의 입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올해도 작년과 같은 재수생 강세에 피해를 보는 건 아니냐는 부담감까지 안게 됐다.
◇총괄
최근의 대학 입시를 살펴보면 단순히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외부적인 요소들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의 취합.분석→자신의 희망과 적성,능력에 맞는 대학 선택→장.단기 수험 계획 수립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작년 수험생들의 대학 지원 경향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간판 위주에서 철저하게 실리위주로 바뀌면서 의.약계열과 한의예과 지원 열풍이 어느 해보다 거셌다. 여기에 극심한 교차지원으로 자연계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일부 유명 대학에서 공학 및 자연계 학과의 미달.미충원 사태까지 불거졌다. 교육 당국과 대학들이 이공계 지원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와 교차지원 불허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
2003학년도 입시 전략의 출발점은 이와 같은 과거 입시의 특징들을 분석하고 자신의 희망.적성과 비춰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과거 입시의 부작용이 올해는 어떤 식으로 처방될지 예측하고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올해 경우 앞서 말한 문제 외에 1, 2학기 수시모집의 시기와 규모, 각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방법 및 가중치 부여 여부, 심층면접 출제 경향, 지망 대학의 입시요강 등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주시해야 하는 것은 이달말까지 발표하기로 돼 있는 2003학년도 입시 요강. 재학생이든 재수생이든 대학들의 기본적인 요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고 어느 쪽이 내게 유리할지, 어떻게 준비하는게 좋을지, 내게 맞는 학습 방법은 어떤 것인지 충분히 검토해본 뒤 차근차근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재학생
입시도 이제는 정보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입시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구해보고 정확하게 분석해 자신에게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일은 필수다. 그러나 뚜렷한 주관이나 자기 스타일 없이 유언비어처럼 나도는 정보에 휩쓸리다 보면 우왕좌왕하다가 한 해를 그냥 낭비해 버리기가 쉽다.
모의고사 성적의 경우 1학기 초부터 좋지 않다고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올해도 예상되는 재수생들의 초기 강세에 낙담해서도 안 된다. 재학생은 2학기가 되면 큰 폭의 성적 변화가 일어나는게 보통이므로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1학기에는 기초를 다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학습지 선택=신학기에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학습지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봄방학 기간 동안광고나 판매자의 일방적인 설명만 듣고 신중한 검토 없이 충동적으로 학습지를 구매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매년 수많은 수험생들이 각종 학습지를 구독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풀지 못한 채 돈만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개학 이후 학교의 학습 프로그램을 보고, 선생님과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시, 정시에 대한 대책=올해는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과거의 특차전형처럼 정시모집에는 응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높아졌다. 일부 대학들은 정시모집에서 수험생 이동에 의한 학사 행정의 번거로움과 정원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수시모집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학기 수시 모집 시기도 수능시험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학생의 경우에는 수시모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망 대학에 관한 전형 요강과 심층면접 경향을 먼저 면밀히 분석해보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수시는 덤으로 주어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하며 오로지 여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작년에 수시에 매달리다가 수능시험을 망친 사례가 적잖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최종 목표는 정시모집이라고 생각하며 내신성적 관리와 수능시험 대비에 철저해야 한다.
◇재수생
▲학습 습관의 분석과 반성=상당수의 재수생들이 학년초에는 의욕과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을 하지만 5월말쯤 되면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부를 해도 생각 만큼 성적이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수생은 먼저 각 과목에서자신의 단원별 취약점을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을 철저하게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번 틀린 부분은 반복해서틀리는 경향이 있으며, 처음 공부할 때 싫었던 단원은 계속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이나 단원만을 되풀이하기가 쉽다.한 번 공부한 과정을 되풀이하므로 기본 개념이나 원리는 건성으로 넘어가고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학습 방법으로는 기대하는 성적 향상을 이루기가 어렵다. 항상 처음 접한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기초를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시모집=많은 대학에서 재수생의 수시모집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재수생은 학년초부터 정시모집으로 대학에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재수생에게도 수시모집 지원 기회를 부여하는 대학이 상당수 있으므로 입시요강을 미리 입수해 지원 자격 등을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올해는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우수한 재학생들이 수시모집에 합격해 빠져나가면 마지막 정시모집에서 재수생은 작년보다 더욱 유리해질 수도 있다.
◇학부모 유의사항
가정은 수험생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되는 휴식처다. 또한 더욱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활력을 얻는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많은 가정에서 관심이 지나쳐 오히려 수험생을 부담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지나친 간섭은 수험생을 소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소심한 학생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역량을발휘하지 못한다. 모의고사 때는 내내 좋은 성적을 거두다가도 실제 수능을 망치는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가 지나친 부담과소심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학부모가 믿고 모든 것을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수험생은 더욱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알아서 생활을 관리하게 된다. 학부모로서는 매달 치르는 모의고사 성적에 초연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의고사는 전국 수험생 가운데서 현재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알아보고 자신의 취약 부분을 파악하는 학습의 한 과정이지 수능 성적을 예측하는 지표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글.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일신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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