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토크-시민 힘으로 상화고택 보존하자

지난 9일 대구를 방문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구시 중구 계산동 2가 84번지 상화고택에 다녀갔다. "평소에 상화시인을 굉장히 존경하며, 상화고택과 이 일대 보존운동이 대구시민 문화운동으로 꼭 성공하기를 빈다"며 이 총재는 격려금까지 전달했다.

이 총재가 다녀간후 여당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며 상화고택 방문의 뜻을 '민족 저항 시인 이상화고택 보존 회원본부'(연락처 경북대 이상규 교수, 053-950-5117)에 타진하기도 했다. 최근 문희갑 대구시장도 시간부회의에서 상화고택 보존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상화고택 보존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그가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시민운동가이든, 문화인이든 현장방문을 막을 이유가 없다. 누구라도 현장을 찾아서 일제의 총칼 앞에서 빼앗긴 땅과 잃어버린 민족주권을 되찾기 위해 가슴을 불태웠던 시인의 고뇌와 울분을 느껴야한다.

현장에 가보면 보존에 앞선 개발논리로 대구의 근현대를 드러낼만한 역사현장은 거의 다 사라졌는데 그나마 계산동 상화고택과 서상돈 집(국채보상운동의 창시자),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의 고택이 옆옆에 남아있는데 대해 누군가에게 감사하고픈 마음마저 갖게 된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화고택은 서성로 상화선생 일족의 집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본사 문화부가 상화선생 탄신 100주기를 맞아서 기획한 '봄은 왔는가'(2001년 4월27일~8월15일)에서 상화선생이 거처했던 다섯군데를 전부 확인, 계산동 2가 84번지가 상화고택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표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곳에는 상화고택이라는 표지판 하나없다.

상화시인의 맏형이자 독립운동가요 예술가이기도 한 이상정 장군의 고택이 두집 건너에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밝혀져 이제는 상화고택만이 아니라 이 일대를 보존해야할 필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늦었지만 상화고택을 포함한 계산동 일대 2천800여평을 대구의 근현대 역사현장 존(zone)으로 지정하려는 대구시민 문화운동의 불길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곧 동인동에 사무실도 내고, 상화선생 창작가요 발표, 학술발표회, 상화시화전 등이 열리게 된다. 이런 대구시민의 문화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일단' 반갑기는 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잦은 행보가 2·28 민주화운동 이래 40년만에 타오르기 시작한 대구시민문화운동의 싹을 짓누르는 결과를 빚어서는 안된다. 대구시민이 해야할 일을 정치인에게 떠맡겨 버린다면 대구의 정기를 되찾는데 역효과만 낼 뿐이다.

정치인들의 순수한 관심은 반갑게 맞아들이되, 그들에게 떠맡기지 말고 지금 이자리서(now & here) 대구시민인 '나'와 '너'가 해야할 일을 찾아나설 때다.

최미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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