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게 결혼식을 올리지만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십시오"
15일 오후 2시 대구시 수성구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 결혼행진곡이 은은하게 흐르는 가운데 세쌍의 장애인 부부가 '늦깎이 결혼식'을 올렸다.
순백의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신랑·신부들은 가족과 하객들의 축하박수를 받으며 예식장에 들어섰다. 신랑·신부들의 쑥스럽고 어색한 발걸음에 하객들은 웃음으로 격려했다.
황재홍(35·서구 원대동·정신지체2급)씨와 하명희(29·정신지체2급)씨 부부는 7년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정부지원금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황씨는 "면사포를 씌워주지 못해 항상 아내에게 항상 미안했다"며 아내의 손을 꼭 쥐고 웨딩케이크를 잘랐다.
박종원(42·서구 평리동)씨와 성귀남(41·정신장애2급)씨 부부는 9살 딸아이 앞에서 올리는 결혼식이 어색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얼마전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친 박씨는 10년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6년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박봉신(42·서구 비산동·시각장애3급)씨와 정현기(34·정신지체3급)씨 부부. 한쪽 눈을 실명한 박씨는 아내의 새하얀 웨딩드레스에 눈부셔 하는 것 같았다. 박씨 부부는 멋진 '러브샷'으로 하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결혼식 내내 신부들은 눈물이 맺혔다. 신부 하명희씨는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엄마.아빠는 왜 결혼사진이 없어'라는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이제는 결혼사진을 예쁜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두고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랑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행사는 국제라이온스협회대구지부와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등이 비용을 부담해 이뤄졌다. "많은 분들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며 이들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모현철기자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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