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와 칠곡에서 발생한 현금자동지급기 털이범은 전문가가 아닌 10대 고교생 2명에 의해 저질러 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야시간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급지급기 설치장소를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나 경비가 쉬운 곳으로 옮겨 설치하고, 경보시스템의 보완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범인들은 10대 고교생=지난 15일 새벽 4시30분쯤 영주 휴천2동 한 아파트 단지내와 10일 오전 6시50분쯤 칠곡 왜관공단에 설치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각각 현금 1천617만원과 200만원의 돈이 털렸다.
경찰은 이들 두 사건 모두 경보음이 울린 뒤 불과 수분만에 털린 점으로 미뤄 무인경비 시스템을 잘 아는 전문털이범들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범인들은 10대 실업계 고교생 2명이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물거나 출입문을 뜯어내더라도 주변에서 잘 알 수 없는 곳, 범행사실을 감지하더라도 인근 파출소 등과 떨어져 출동에 시간이 소요되는 곳으로 범행장소로 택하고 사전 답사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비 작동선을 자르고 인상착의를 알아 볼 수 없도록 감시용 카메라에 락스를 칠하는 등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자와 붉은색 점퍼차림의 10대가 CD기 앞에서 돈을 털기 위해 망치로 기계를 때려보는 것이 CCTV에 포착됐으며 현금조회를 한 사람은 남자인데 현금카드의 소유자는 15세 여학생인 점이 밝혀져 결국 이 여학생의 오빠가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의 추적을 받는 등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찰에 붙잡힌 김군은 범행동기에 대해 "집에서 용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친구들은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을 보고 부러웠고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돈이 많은 든 현금자동지급기를 털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훔친 돈으로 중고 자동차와 옷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985만원은 압수됐다.
◇범죄의 표적과 경비시스템의 문제=이번 사건으로 많은 돈이 보관돼 있는 현금지급기가 심야 시간대에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설치하고 싶어도 임대료 등 비용 문제로 상당수는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범인들은 "칠곡의 현금지급기 뒷쪽 판넬을 뜯어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해 외부 부스가 견고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칠곡에는 현급지급기 자체에만 경보장치가 설치돼 있고 부스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영주의 것은 충격자동 감지센서가 벽에만 부착돼 범인들이 기계실 출입문을 1시간30분 동안이나 망치 등으로 때려 뜯어냈는데도 감지기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경비시스템 보완 문제가 제기됐다.
한 경비업체 간부는 "현금지급기 외부 부스에 경보장치를 설치할 경우 오작동 등에도 경보가 울리는 문제가 있어 현금지급기와 기계실 출입문이 열릴 때만 경보장치가 작동하도록 설치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비회사 중앙관제실이 침입자들을 감지했으나 유선으로 관할 파출소와 회사 직원에게 알린 후 출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내에 범인들은 이미 돈을 털어 달아난 뒤였다.
모 경비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금자동지급기 부스 벽 후면과 기계실 출입문 등에도 충격시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는 감지기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설 보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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